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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9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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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대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한 세대를 통틀어도 흔치 않을 佳作이다. 지난 가을 부산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그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실감했을 것이다. 물량만 퍼부운 서투른 공상과학영화나 국적도 시대도 없는 폭력물의 대중적 성공과는 또 다른 차원의 승리를 한국영화에 안겨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최근 들리는 소문은 그 '박하사탕'이 관객의 맹목적인 흥미추구와 그걸 노리는 극장주의 장삿속 때문에 예상밖의 부진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미 외설판정을 받은 원작을 부득부득 영화로 만든 '거짓말'이 포르노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바람에 일껀 '박하사탕'을 내걸었던 극장도 서둘러 간판을 내리고 '거짓말'로 바꿔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거짓말'도 나름의 문화적 위치는 있을 것이고, 보다 문화적으로 '세련'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솔직함'도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논리로도 그런 지엽적인 보완이 '박하사탕'이 이룬 본질적인 성취를 지워버릴 수는 없다. 아무리 문화시장도 시장이라지만 여기까지 '그레샴의 법칙'을 통용시켜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그날 문화면의 배치는 기대를 품게 했던 것인데- 내용은 자칫 '거짓말'에 대한 천박한 흥미를 자극할 수도 있는 애매한 사실보도로 그쳤다.
그 다음으로 주의 깊게 읽은 것은 역시 같은 일자의 '동아광장'이었다. 길지 않은 글이고 본격적인 접근은 아니지만 현 경제팀과 그 경제정책의 성격을 규정하는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본다는 느낌을 주었다. 지금까지 언론은 새 정부의 정책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경제정책운동에 호의적이었고 때로는 성급한 성공의 판정과 찬사조차 서슴치 않았다. 그런데 배위원은 경제부처 관료의 정계진출에 관해 얘기하면서 그런 태도에 넌즈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사회일각에서 떠돌던 것이라 해도 '新관치'와 '국화빵'이란 말은 새로움을 넘어 신선한 충격까지 준다. 이제는 냉정하게, 그리고 긴 안목으로 지난 2년의 득실을 따져볼 때도 되었다.
경제문제로 시작했으니 새해 벽두답게 요란한 증권시장과 관련해 한마디 보태자. 코스닥 시장에 관한 것인데, 기사들의 우려와 기대가 묘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다 근거가 추상적인 논리로 되어있어 독자에게 적잖은 혼란을 줄듯하다. 차라리 가장 낙관적인 견해와 가장 비관적인 견해를 나란히 실되 그 구체적인 근거와 기제를 밝히게 하여 독자들의 판단을 도와주는 게 어떨지.
이문열<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