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미성년 매매춘 실태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김강자(金康子·55·여) 신임 서울 종암경찰서장이 6일 취임식을 갖고 ‘미성년자 매매춘과의 전쟁’에 본격 돌입하면서 미성년매매춘 문제가 새 이슈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미아리텍사스촌’ 등 일부 ‘윤락타운’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만으로는 미성년자매매춘 추방은 힘들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성년자매매춘이 일부 윤락타운의 울타리를 벗어나 매우 폭넓게 사회 곳곳에 침투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탄유리까지 설치◇

▼실태▼

경찰추산에 따르면 1만여평 부지에 들어선 미아리텍사스촌 내에는 250여개의 윤락업소에 윤락녀만 줄잡아 12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업주와 이들에 기생하는 폭력배 및 관련업소까지 합치면 2만여명이 이곳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한다.

경찰측은 IMF체제 이후 윤락가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으로 윤락녀의 70∼80%에 이르던 미성년자매매춘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미성년 윤락녀의 비율이 아직도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

실제 지난해 12월23일 서울 종암경찰서가 성북구 직원들과 함께 미아리텍사스촌에서 가장 규모가 큰 10여개 업소를 골라 단속한 결과를 보면 이같은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날 적발된 43명의 접대부 중 21명이 미성년자였으며 이중 중학생 나이에 해당하는 15,16세 ‘소녀’도 4명이나 됐다. 이들 미성년 윤락녀의 거의 대부분이 가출상태였으며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이나 위조 주민등록증으로 나이를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아리텍사스촌’ ‘청량리 588’ ‘천호동 텍사스촌’ 등으로 대표되는 윤락타운은 작은 골목 안에 수십 채의 집이 밀집돼 상호를 알더라도 위치파악이 아주 힘들며 업소마다 단속시 대피할 수 있는 비상시설과 방탄유리나 쇠문 등을 설치,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실제 6일밤 미아리텍사스촌의 업소 단속을 나갔던 검찰직원이 쇠망치로도 방탄유리문을 부수지 못해 단속에 실패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일부 업소는 단속 공무원에게 정기상납 등을 통해 결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단속을 피해가기도 한다.

IMF사태 이후 미아리 화양동 천호동 등 서울의 대표적 윤락타운의 규모가 크게 줄면서 서울에서 밀려난 윤락업소들은 경기 파주시 용주골과 평택시 미군기지촌 등 수도권 외곽으로 옮아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한해 미아리텍사스촌을 떠나 용주골에 정착한 업소가 40여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종 '명함영업'등 성업◇

▼미성년자매매춘의 음성화▼

미성년자매매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이는 더욱 음성화하고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이 때문에 윤락타운 외에 유흥주점 단란주점 퇴폐노래방과 ‘티켓다방’ 등을 이용한 미성년자매매춘은 더욱 늘었다는 것.

또 경찰 등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업소들과 계약하고 휴대전화와 무선호출기만으로 연락하며 윤락녀들을 연결해주는 ‘보도방’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97년 5000여개에 불과하던 서울시내 보도방 수가 최근 3만∼4만여개로 늘어나 성업 중이다. 검찰은 이들 보도방에 속한 접대부의 30∼40% 가량은 소위 ‘영계’들이며 심지어 미성년자들이 직접 미성년 접대부만 모집, 전문적으로 이들을 유흥가에 공급하는 보도방도 적지 않다는 것.

1,2년 전부터는 유흥업소 등에서 구입가능한 전화티켓을 통한 1대1 매매춘인 ‘티켓폰팅’, 컴퓨터통신의 성인대화방 채팅, 흔히 ‘삐삐걸’이라고 불리는 여중고생들이 명함 등을 이용해 유흥업소 등에 자신을 마케팅해 ‘2차’를 가는 ‘명함영업’ 등을 통한 신종 미성년자매매춘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10대소녀들 중에는 ‘단골’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며 ‘원조교제’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내 한 윤락가 인근의 A여고 3학년 정모양(18)은 “한반 40여명 중 4,5명은 통신채팅과 명함 영업을 하거나 보도방을 통해 한달에 수십만∼수백만원씩의 용돈과 생활비를 벌고 있다”며 “이들 중 옷가방을 따로 갖고 다니다가 수업이 끝난 뒤 바로 영업을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정비만으론 한계◇

▼정부대책 및 전문가 견해▼

정부는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미성년자매매춘을 알선한 윤락업주와 미성년자와 성거래를 한 수요자에 대한 형벌을 대폭 강화하고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 미성년자매매춘의 수요를 막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정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 청소년보호위원회 강지원(姜智遠)위원장은 “정부 관련부처가 합심해 미성년자매매춘 근절을 위한 10년정도의 장기계획을 마련한 뒤 지속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그러나 우선 경찰 등 일선 기관이 모두 김서장과 같은 의지로 철저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윤락산업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 윤락가 포주들에게 우선적으로 철퇴를 내려야 한다”면서 “여성단체 등 유관기관 및 단체와 협조해 미성년 접대부를 위한 사회적응능력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취업을 알선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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