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장사'를 없애기 위해서는

  • 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4·13총선이 벌써부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사활을 걸 태세여서 어느 때보다 격심한 금권 타락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깨끗하고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장치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과거처럼 막대한 선거자금을 끌어들이는 모양이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야당에서는 구시대의 유물인 공천후원금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국구 공천헌금은 받지 않겠다”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공천헌금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특별당비를 내는 것은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총장은 ‘자발적으로’ 내는 특별당비는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공천헌금이나 특별당비는 명분과 명칭만 다를 뿐이지 당에다 돈을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총장의 주장은 ‘부패정치의 재연’을 막기 위해 공천헌금을 받지 않겠다는 이총재의 발언과 상치된다.

한나라당측이 내부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천헌금이든 특별당비든 비례대표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 금전이 오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같은 돈이 오가면 누가 뭐라고 해도 돈으로 의원직을 사고 파는 과거의 ‘공천장사’ 양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래가지고는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를 지향하는 정치개혁은 물 건너 가는 꼴이 된다.

궁할 대로 궁한 야당의 ‘집안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요즈음도 야당에 후원금을 내려는 기업은 사업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현재 한나라당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20여억원과 총선국고보조금 103억원, 여기에 후원회를 통해 들어오는 연간 몇십억원이 전부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여당의 자금력과는 비교가 안된다. 작년의 경우 여야간 중앙당 후원금 차이가 188 대 1로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이같은 정치자금의 불균형으로는 정치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자금의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권에만 편중된 정치자금의 흐름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하는 법인으로 하여금 법인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케 하여 이를 일정비율로 여야에 배분하자는 정치자금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본란이 이미 주장했듯이 여야는 건전한 정치발전을 위해 이같은 제도개선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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