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출생과 성장]佛 라파즈, 건축자재 '名家'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가내수공업에서 시작해 연매출 110억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라파즈는 한 시골 영주의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프랑스 남부 론강 근처 라파즈 마을은 예로부터 석회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 영주 집안인 라파즈가의 오귀스트 파뱅은 18세기 자신의 영지에 2개의 석회가마를 짓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다른 귀족들이 주로 법률이나 의학을 공부했던 점에 비추면 상당한 ‘파격’.

▼ 1883년 시멘트 첫시판 ▼

석회사업은 가업을 이어받은 큰 아들 레옹이 1833년 설비를 늘리면서 본격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라파즈는 1883년 세계 최초로 시멘트 상용화에 성공하고 컬러타일과 알루미늄시멘트 등 히트 상품을 쏟아내면서 건축자재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이어 60년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석고회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다국적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90년대에는 영국의 롤랜드 플라스터보드를 인수해 유럽 석고보드 시장에서 부동의 위치를 굳혔다.

라파즈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사업을 벌이는 지를 상징하는 일화 한 토막이 있다.

▼ 흐루시초프도 근무 ▼

벨기에 외무장관과 대사가 투자 문제로 1961년 흐루시초프 서기장을 크렘린궁에서 만났을 때의 일이다. 흐루시초프는 뜬금없이 라파즈 회장의 안부를 물었다. 어리벙벙해진 손님들에게 흐루시초프는 자신이 1차대전 전에 라파즈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얼마후 흐루시초프가 이들을 자신의 시골 별장으로 다시 초대했을 때 벨기에 대사는 한 장의 빛바랜 사진을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본국에서 공수해온 사진에는 젊은 시절 흐루시쵸프가 라파즈 축구팀 멤버로 뛰던 당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라파즈는 지난해 11월 동부와 벽산 석고보드 공장을 9500만달러에 인수, 라파즈석고코리아를 설립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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