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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6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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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저질 해프닝’은 특정지역 예산을 깎으려는 야당의원에게 그 지역출신의 두 여당의원이 ‘욕설’을 해댄 것인데 그 발단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여야의 과열경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그 지역 국회의원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인 나라 예산을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무엇이 보다 중요하고 급한 일인지, 헛되게 쓰거나 낭비할 요인은 없는지, 가리고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특정지역 예산을 깎자고 한다고 ‘왜 우리 지역예산을 깎으려 하느냐, 지난 30년 동안 정권 잡고 해먹었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심의가 될 리 없다. 여당측은 야당의원이 먼저 지역감정을 자극했다고 비난하지만 여당의원의 ‘폭언’ 또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우리는 예산안 심의가 늦어진 것 이상으로 일부 여야 의원들의 이같은 ‘천박한 의식과 행태’에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선 선거법 개정은 물론 국가보안법 개정안, 인권법안, 통신비밀보호법안 등 주요 민생 개혁법안들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열흘 후면 이번 국회가 폐회되니까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이들 법안이 자칫 빛도 못보고 묻힐 판이다. 그뿐인가. 며칠 전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놓고도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마음이 내년 총선 표밭에 가있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이야 나몰라라며 자리를 비우기 때문이라는 보도다. 이러다가 시간에 쫓겨 한꺼번에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하다보니 엉뚱한 법안을 잘못 통과시켰다가 취소하는 난센스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입법활동은 이렇듯 등한시하면서도 국회의원세비는 14.3%나 올리고, 줄이기로 했던 국회의원 수는 고작 생색내기에 그칠 분위기다. 그러니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입으로만 정치개혁을 말할 때가 아니다. 여야는 남은 국회기간이나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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