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병근/'新삼강오륜'으로 도덕 재확립을

  • 입력 1999년 11월 30일 22시 50분


선인들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우리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존중했다. 전통윤리에 대한 교육부재로 요즘 어린이들은 오륜 하면 올림픽 마크(五輪)를 더 쉽게 떠올릴 것 같다. 삼강오륜의 덕목이 이처럼 퇴색한 데는 왕권시대의 군신(君臣)관계 또는 남녀차별적인 사상이 담겨 현실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윤리강상(倫理綱常)이 실종돼 이기적 행동만 득실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 개념의 삼강오륜을 수평적 개념의 덕목으로 바꾸어 현실에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땅에 떨어진 윤리도덕을 바로 세워보자고 감히 제언한다.

삼강오륜 중 부부유별(夫婦有別)부터 살펴보자. 부부가 각자 소임을 다한다는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남녀차별의 의미가 담긴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칠거지악(七去之惡) 삼불거(三不去)와 함께 남성 본위로 짜여진 도덕률로 인간의 본성이랄 수 있는 질투까지 금지한 남녀차별적 사고이다. 광복과 함께 여권(女權)이 남존여비의 굴레에서 벗어나 크게 신장된 마당에 고루한 남녀차별적 윤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보다는 부부유공(夫婦有恭)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공경할 공(恭)자는 남녀평등과 부부일체의 현대적 개념에 잘 어울린다.

나이가 많다고 젊은이에게 예절을 차리지 않으면 대접받기 어려운 요즘 세상에서 장유유서(長幼有序)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상하의 개념보다는 젊은이는 어른을 위하고 어른은 젊은이를 격려하는 예의적 성격의 용어가 자연스러울 것 같다. 어른과 젊은이가 상대에게 예절을 갖춘 태도로 대하라는 장유유례(長幼有禮)로 바꾸어 봄이 어떨까.

부자유친(父子有親)의 ‘친’(親)은 어버이의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는 글자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인자한 사랑이나 자녀들의 효도정신이 함축된 실행적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 사랑 애(愛)자는 친함, 측은히 여김, 아낌, 은혜로움 등의 의미를 지닌 글자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아빠, 사랑해”라는 말로 효심을 표현하다. 부자유친 대신에 부자유애(父子有愛)로 함이 덜 권위적이다.

붕우유신(朋友有信)은 친구간에 신의를 지켜야 한다는 덕목이다. 벗들 사이에는 신의도 중요하지만 겸손하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상대를 인격적으로 공경하고 허튼 짓을 못하게 되니 우의가 더욱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믿을 신자를 겸손할 겸(謙)자로 바꾸어 붕우유겸(朋友有謙)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삼강의 군위신강(君爲臣綱)과 오륜의 군신유의(君臣有義)는 조선조 군주시대에는 최상의 윤리로 존중됐으나 대통령도 잘못하면 쫓겨나는 민주주의 체제 및 이념과는 조화되지 않는다. 국민은 국사를 집행하는 관(官)의 기본적인 줄거리이므로 민위관강(民爲官綱)으로 개정하는 것이 옳겠다.

정치를 포함한 관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신의에 어긋남이 없어야 할 것이고 국민은 국법을 준수하는 믿음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므로 군신유의를 민관유신(民官有信)으로 고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신삼강오륜을 새롭게 정립해 모두 실천에 나서면 패륜적 사회악이나 부정비리는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황병근(우리문화진흥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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