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살아 돌아와서 실망했나"

스페인의 지중해변 친구 별장으로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갔다. 도착 다음날 우리는 부근 렌터카에서 차를 빌렸다. 내 여권을 살펴 계약서와 함께 자동차 키를 주며 “여행을 즐기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는 별장에 돌아와서야 계약서를 검토하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차를 빌린 사람 이름난에 ‘장기 기증자’라고 장난을 쳤던 것이다. 친구들은 처음 혼을 내주자고 덤볐으나 내가 “괜찮다”고 하자 주저앉았다. 3일동안 여행한 후 아무 탈없이 돌아왔다. 렌터카에 다시 간 내가 직원에게 키를 내주며 “실망했느냐”고 묻자 직원은 당황하며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다.

▼애써 한 변장 걸인에게 들통

디슨가에 있는 단골 살롱에서 머리염색을 막 끝냈을 때였다. 갑자기 수돗물이 끊겨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는 시간 내에 머리를 감기 위해 할 수 없이 살롱직원의 안내로 두 블록 떨어진 다른 살롱에 가기로 했다.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선글라스를 껴 변장을 했다.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데 부근 커피숍 앞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씨”하며 인사를 했다. 커피숍에 들를 때면 몇 푼을 주곤 했던 거지였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더 이상 걸음을 재촉하지 못했다. 선글라스도 벗어버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