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박찬호와 호세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미국 프로야구 박찬호선수가 6월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이단옆차기’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상대선수가 자신을 밀치듯 심하게 태그아웃을 시키자 박찬호선수도 참지못하고 급기야 태권도 동작으로 상대를 공격한 것이다. 박찬호는 “상대가 심한 욕설을 해왔기 때문에 나도 내 나름대로 자기보호를 해야 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7게임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엊그제 국내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 경기에서는 롯데의 외국인 선수 호세가 관중석에 야구배트를 집어 던진 사건이 일어났다. 호세가 홈런을 치고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그를 향해 물병 등이 날아들었고 이에 호세는 그만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면 박찬호나 호세 모두 외국인선수로서 문화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이 아닌가 싶다.

▽박찬호는 상대의 과잉태그를 외국인 선수를 깔보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화가 치민 나머지 한국식으로 대응했다. 호세의 경우 홈런을 쳤다는 이유로 상대팀 타자에게 물병을 던지는 한국 관중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처럼 호세의 이런 행동도 ‘추태’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더구나 그의 행동은 삼성팀을 응원하던 홈 관중을 자극해 난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롯데와 삼성의 이번 플레이오프는 프로야구사에 명승부로 남을 만했다. 롯데는 7전4선승제에서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뒤집기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이런 드라마틱하고 짜릿한 승부가 일부 관중의 난동으로 빛이 바랜 채 오물투척 방화 등 온통 꼴사나운 기억만 남게 된 점이 아쉽다. 자신이 응원한 팀이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상대 팀 선수라도 멋진 플레이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지더라도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성숙된 관전 문화가 뿌리내릴 날은 언제일까.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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