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석진, PO서 롯데 구세주로 '인간승리'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8시 14분


플레이오프 6차전이 열린 19일 대구구장.

9회 2아웃이 됐을 때 1루측 롯데 더그아웃 한편에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선수가 한명 있었다.

이날 선발로 나가 6과3분의1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한개도 맞지 않고 갑작스러운 근육경련으로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 박석진(27).

이윽고 삼성 마지막 타자 정경배가 우익수 뜬 공으로 아웃됐고 더그아웃에서 간절히 기도했던 팀의 6―5 승리가 확정되자 박석진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공 하나하나에 죽을 힘을 다해 던졌어요. 너무 감격스럽네요.”

지나간 시련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상적이라면 그는 지금 삼성의 유니폼을 입어야 할 선수. 경남고와 단국대를 거쳐 95년 처음으로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구단이 바로 삼성.

남들처럼 지명을 받지 못하고 계약금 없이 테스트를 거쳐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1,2군을 오르내리며 중간계투로 잘 뛰었으나 96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공백기가 생긴 게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97년 6월27일 이동수(현 쌍방울)와 함께 ‘패키지’로 묶여 롯데로 트레이드. 삼성에선 그를 ‘그저 그런 투수’로 점찍었다.

98년에도 18경기에 나가 1승도 없이 1패와 평균자책 6.46.

‘별볼일 없던’ 그가 ‘진주’로 탈바꿈한 것은 올해부터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굳은 각오로 겨울훈련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변화구는 영 자신없었다”던 그는 이때 싱커, 슬라이더, 커브 등을 집중적으로 다듬었고 그의 자질을 알아본 투수출신 김명성감독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박석진은 시즌초반부터 전격적으로 선발자리를 꿰차더니 단번에 두자리 승수(11승3패2세이브)를 따냈다.

페넌트레이스의 호투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1차전과 3,6차전에 차례로 나가 16과 3분의1이닝 동안 단 6안타만 내주며 평균자책 2.20.

이름없는 ‘무명초’의 인간승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반갑다.

〈대구〓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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