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선언'에 담긴 뜻

  • 입력 1999년 10월 15일 20시 00분


서울 NGO세계대회의 폐막에 즈음해 ‘서울 NGO 밀레니엄 선언’이 어제 발표됐다. 세계 1400여개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이 11∼15일 5일동안 서울 올림픽공원에 모여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벌이고 의견을 집약해서 내놓은 귀중한 성과물이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21세기 NGO의 역할’이었다. 선언문도 이같은 주제에 맞춰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진단하면서 새 천년을 앞두고 세계 NGO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서울선언’ 내용 가운데 인류가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면서 새 천년을 맞고 있다는 현실인식에 우리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은 선언문에 나와 있는 대로 ‘점증하는 폭력과 무력갈등, 광범위한 인권침해’뿐만 아니다.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시장경쟁이 무제한적으로 벌어지면서 다수 국가들이 경제를 위협받고 있으며 이에 따른 빈곤의 가속화, 인간존중 가치관과 지역 고유문화의 훼손, 자연환경의 파괴가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서울선언’이 이러한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NGO들의 국제적 연대와 단합을 호소한 것은 시기적절하다.

NGO가 국가이익에 집착하는 정부와 이윤창출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기업의 한계를 뛰어 넘어 인류의 화합과 공동번영을 꾀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이번 선언문은 NGO의 이같은 역할과 사명의 실현을 위해 정부 유엔 NGO 3자에 대해 구체적인 주문사항과 행동계획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선언문은 각 나라 정부에 대해 정부활동의 동반자와 공공이익의 대변자로서 NGO의 역할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유엔에 대해서는 NGO가 유엔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각국 NGO들에 요구한 행동계획은 NGO역사가 짧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NGO의 자율성과 독립성, 윤리적 성실성을 강조한 대목은 얼마 전 녹색연합사무총장 장원교수가 자기반성 형식으로 토로했듯이 국내 NGO들이 ‘시민 없는 시민단체’에 머물거나 또다른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이 선언문이 담고 있는 평화 정의 빈곤퇴치 등 범인류적이고 지구적인 관심은 주로 국내 문제에만 매달려온 우리 시민운동가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시민운동도 과거를 되돌아보고 거듭나는 자세로 새로운 좌표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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