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지구촌의 고민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8시 39분


인구팽창때문에 아기를 못갖게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포트리스’라는 미국 영화는 국가가 자원고갈 때문에 아기를 못갖게 하는데도 이에 맞서 싸우는, 임신을 한 어떤 부부의 무용담을 주제로 삼았다. 임신하면 처벌한다고 하자 인형 파는 가게가 장사진을 이루는 장면의 영화도 있었다. 모두가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요즈음 세계인구는 1분에 148명이 증가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70년에 세계인구는 100억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세계인구 추이를 보면 1650년 5억5000만, 1850년 11억7000만명이었다. 200년 사이에 겨우 두배가 됐다. 그러나 지금의 인구증가 속도는 그보다 훨씬 가파르다. 오늘 세계인구가 60억명을 돌파한다고 하니 약 150년 전인 1850년보다 무려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대로 인구가 증가한다면 무엇보다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지금도 매년 1800만명이 굶주림으로 죽는다는 것이 세계식량계획(WFP)의 통계다. 2015년 경에는 8억명의 인구가 기아에 허덕일 것이고 2050년 경에는 세계인구의 3분의 2가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한다. 인구가 폭발하다보면 지구의 황폐화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신음소리’가 인류에 대한 경고음으로 들리는 것도 벌써 오래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일한 처방은 아기를 덜 낳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도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80년부터 한자녀 낳기 운동을 한 중국이 좋은 예다. 몰래 낳은 둘째 이하 자녀가 1500만에서 2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12억5000만명인 중국 인구도 50년후에 17억명이 된다는 전망이다. 인구증가 문제가 이제 새 세기를 눈앞에 둔 지구촌의 최대 과제다. 인간이 이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나갈지 걱정된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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