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의 正道, 경쟁의 공정성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이 보광그룹 탈세 문제로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시작된 중앙일보측의 ‘언론탄압’항변,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여야(與野)의 정치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이 시대 언론의 본질적인 문제를 두가지로 생각하게 된다. 한 갈래는 정치권력이 ‘밖’에서 언론에 작용하는 문제, 그리고 또 다른 한 갈래는 언론 자유를 누리기 위한 구성원들의 ‘안’으로부터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첫째, 우리는 일련의 사태속에서 중앙일보와 한나라당측이 연일 제기해 온 권력의 ‘언론길들이기’의 정황과 증빙들은 나름대로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 비록 홍사장의 거액 탈세라는 범죄가 먼저라고는 하더라도 언론사 사장이기 때문에 구속된 것이라는, 이른바 표적수사라는 해석과 항변은 그것대로 통하는 게 현실이다.

중앙일보측이 현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고 갖고 있던 각종 은밀한 증거를 털어놓고 체험담까지를 곁들여 고백형식으로 보도한 권력의 언론간섭 및 탄압 내용, 그리고 야당이 제시한 의문점 등에 대해 흐지부지 덮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정부의 대(對)언론 관계에서 법적 도덕적으로 어떤 문제와 책임이 있는지를 철저히 가리고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발단에서부터 경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정을 소상히 조사하고 밝혀내 끊을 것은 끊고 책임을 물을 것은 물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언론의 기본적인 자세와 관련, 중앙일보의 과오와 잘못도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권력측의 간섭과 압력을 이제 와서 언론탄압의 증거라며 보도하는 것은, 그동안 부당한 요구를 그때그때 거절하거나 폭로하지 않고, 더러는 수용하고 야합하고 타협해온 것을 고백하는 셈이다. 권력의 속성은 언제나 언론을 장악하고자 하는 법이다.

따라서 언론 구성원들이 ‘안’에서부터 비리나 탈법 범법같은 약점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그래야 외부의 입김에 단호하고 투철한 자세로 임할 수 있게 된다. 동아일보가 70년대 유신 정치권력으로부터 세계역사상 유례없는 광고 탄압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거기에 바탕한 것이다.

이번에 공정거래위까지 나서서 조사에 들어간 중앙일보의 무가지(無價紙)살포 행위도 비난거리다. 중앙일보도 참여한 신문협회의 합의 규약을 깨뜨리면서까지, 홍사장 구속을 판촉의 계기로 삼는 얄팍한 장삿속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더구나 규약에 어긋난 무가지 살포 판촉행위를 공정위에 제보하는 것은 당연한 자기방어이고, 제보에 따른 공정위의 조사는 당연한 업무수행인데도 그것을 언론탄압이라는 식으로 우기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태도는 무책임한 구태(舊態) 야당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어떤 언론사라도 불공정행위나 비리가 있으면 철저히 조사받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계 모두가 자기 정화와 개혁 의지를 재다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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