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특별검사法 지키지 마세요』

  • 입력 1999년 10월 7일 18시 41분


김창국(金昌國)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5일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기자들에게 색다른 주문을 했다. 특별검사제법 조항의 일부를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언론이 노력해달라는 것이었다. 재야 법조계의 수장(首長)이 ‘법 위반’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의 조항은 특별검사가 수사내용과 진행상황을 공표할 수 없도록 한 제8조 3항과 이를 위반할 경우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14조다.

김회장은 이 조항들이 특별검사를 벙어리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 될 옷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검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사건이다. 그런데 이 조항 때문에 국민은 수사진행상황을 정확히 알 수도 없고 따라서 제보 등 수사협조나 감시도 할 수 없다.

이 조항은 또 ‘보통’ 검찰의 수사관행과도 다르다. 검찰은 기소하기 전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형법상 금지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수사상황을 브리핑한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적 가치가 피의사실공표 금지조항이 보호하려고 하는 ‘피의자의 명예’보다 더 중요하다고 검찰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변협은 국민과 언론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별검사가 국민의 알권리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수사내용을 알리더라도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해임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검사제의 성공여부는 특별검사 자신들에게만 달려있지 않다”는 변협 간부들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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