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여성 불임치료술 '복음'인가 '덫'인가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여성의 불임 치료를 위한 신기술은 언제나 시끄러운 논란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에도 난소 종양으로 인해 불임이 될 위기에 처한 30세의 발레리나가 종양이 없는 난소를 제거해서 냉동했다가 2년 후 몸에 재이식해서 다시 난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발표에 대해 수많은 윤리적 비판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남성의 불임 치료 기술에 대한 반응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생명윤리 센터 연구원인 폴 루트 울피 박사에 따르면 1960년대에 정자 냉동법이 개발되었을 때 이 기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또 나이가 많은 남성이 아버지가 되는 것보다는 나이가 많은 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것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2년 전 63세의 여성이 기증받은 난자로 아이를 출산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사람들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 나이에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에게 결코 이롭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배우인 토니 랜달이 77세에 아버지가 되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럭저럭 이해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이, 혹은 질병으로 인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에게 아이를 낳게 해주는 기술이 불안과 우려를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조지타운대의 의학윤리 교수인 캐빈 와일즈는 “우리는 지금 인간의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일부를 바꿔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아직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이가 많은 여성과는 달리 나이가 많은 남성이 아버지가 되는 데는 기술적 조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여성의 불임치료 기술은언론의 지나친 관심을받게 된다. 9월말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 생식의학협회의 연례 회의에서는 모두 1000건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것은 난소를 재이식한 발레리나에 관한 논문뿐이었다. 그녀의 나이가 30세에 불과했다는 점, 그녀의 몸에서 건강한 난소를 제거한 것은 화학치료로 인해 건강한 난소의 기능마저 손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점, 다른 여성의 난소를 이식하는 것은 거부반응 때문에 어려웠다는 점 등은 별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잃어버렸던 생식기능이 되살아났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미국 불임협회 회장인 파멜라 메드센은 “이것은 ‘그 부부에게 아이가 없는것은 신의 뜻’이라는 식의 낡은 생각으로 인한 반응”이라면서 “사람들은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넬대의 제브 로젠왝스 박사는 “우리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우리의 작업은 인슐린으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 중에도 불임치료 기술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믿고 여성들이 출산을 한없이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여성계에서는 불임치료 기술이 여성해방에 커다란 기여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임신과 출산에 관한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덫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들이 빨리 출산을 포기하고 입양을 하거나 아이가 없는 인생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꾸만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계속해서 아이를 낳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신비’의 저자인 베티 프리단은 지난해에 이 문제에 관해 다음 처럼 말한 바 있다. “불임치료 기술은 아직도 아이를 낳는 것이 여성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수명 통계에 나타난 것처럼 족히 80년을 살 수 있다면 과연 수명이 늘어난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젊었을 때 이미 했던 일 뿐이겠는가?”

(http://www.nytimes.com/library/review/100399women―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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