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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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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분만’이란 무엇일까. 분만을 유도했던 한양대의대 박문일교수는 “‘누운 자세’가 아닌 ‘앉는 자세’ 분만법의 하나”라며 “분만자세는 골반이 벌어지는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앉은 자세에서 골반이 가장 잘 벌어지며 힘을 주기도 쉽다는 것.
▼힘주기 쉬운 좌식법
실제로 과거에 ‘밭을 매다가도’ 아기를 쑤욱 낳고 ‘뒷간’근처에서 낳은 ‘분자(糞子)’나 ‘분(糞)네’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란다. 또 일본이나 필리핀 등에선 특수 의자에 앉아 아이를 낳는 좌식분만도 시도되고 있다.
수중분만은 60년대 러시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처음 시도돼 92년 세계모성태아의학회(GMCHA)에서 분만법의 하나로 인정된 뒤 유럽에선 크게 확산됐다. 영국의 경우 보건성산하 29개 병원에서 수중분만을 한다.
왜 좌식분만 중에서도 ‘수중’ 분만일까? 전문가들은 산모나 신생아가 물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산모의 경우 물속에선 부력 때문에 쪼그린 자세를 취하기 쉽다. 또 자궁입구가 두배 정도 빨리 이완되며 탄성이 증가해 대부분 회음부를 절개하지 않아도 된다.
박교수는 “우리는 자연분만을 할 때 질의 입구가 심하게 찢길 것을 우려해 회음부를 절개한다”며 “그러나 영국에선 수중분만이 아니더라도 절개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제왕절개의 비율도 낮아진다는 것. 우리의 경우 제왕절개율이 30%를 훨씬 웃돌지만 영국은 약 10%에 불과하다.
신생아에겐 물(양수)에서 또다른 물로의 ‘여행’이라 친숙하고 환경의 변화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새 분만법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김동현교수는 “출산과정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신생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며 “또 물을 먹어 질식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70년대 초 수중분만법이 도입됐으나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것.
▼일부선 감염등 우려도
박교수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수중분만법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면서 “환자에게 분만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의 경우 내년초부터 수중분만법을 시도할 예정. 단, 1인용 병실에 2,3일 입원해야 하는 등 60만원 가량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정상분만의 의료보험수가가 3만원에 불과한데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의사가 있겠느냐”며 의료환경의 개선이 선결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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