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오늘 야구 안해요?" "게임 끝났습니다"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3분


“어, 오늘 야구 안해요?”

“경기 벌써 끝났어요.”

모처럼 야구장을 찾았는데 이런 대답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고무줄처럼 제멋대로인 프로야구 경기시간 때문에 팬이 골탕먹고 있다.

복중 무더위를 제외하고 평일 경기시간은 오후 6시30분. 하지만 구단의 이해관계나 운동장 사정 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시간이 수시로 변경된다.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LG전. 야구장 옆 공설운동장에서 7시부터 열린 프로축구 대전―부산경기 때문에 야구 경기시간이 오후 2시로 바뀌었다. 관중 910명.

지난달 18일 대구 삼성―쌍방울전. 조명탑이 고장나 6시30분에서 2시로 앞당겨지는 바람에 인기절정인 이승엽이 출전하는데도 고작 1887명만이 운동장을 찾았다.

10월2일 열리는 프로야구 3경기는 그야말로 ‘졸속’의 극치다. 6시30분에 열려야 할 3경기가 모조리 2시로 변경된 것.

잠실 두산―롯데전은 중계방송 관계로, 전주 쌍방울―현대전은 현대측의 요구로 앞당겨졌다. 다음날인 3일 두산과 인천에서 연속경기를 치러야 하니 이동편의상 야간경기를 치르기 힘들다고 KBO에 요청했다.

삼성과 한화의 경기가 2시로 바뀐 이유는 더욱 볼만하다. 대구시에서 달구벌 축제의 일환으로 ‘대구시를 빛낸 인물’로 선정된 이승엽의 시상식을 이날 저녁 운동장에서 한다고 구단에 통보했기 때문.

개인과 개인의 약속도 소중한데 하물며 팬들과의 약속을 이렇게 밥먹듯 어겨서야….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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