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회담에 거는 기대

  • 입력 1999년 9월 6일 19시 38분


오늘부터 4일간 베를린에서 열리는 북―미(北―美)고위급회담에 한반도 주변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 결과가 한반도정세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발사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이번 회담을 통해 그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북―미관계의 ‘그림’도 어렴풋이나마 그려질 전망이다. 더구나 이번 회담은 당장 12일 뉴질랜드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일(韓美日) 3국정상회담과 이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 ‘페리보고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의 미사일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입장이 이미 분명히 밝혀진 상태여서 평양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된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충분히 계산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이번 회담을 하기로 한 것도 발사를 유보하는 것이 일단 유리하다는 계산의 결과로 보는 분석이 많다. 북한 내부에서도 ‘미사일문제는 주권사항으로 다른 나라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발사중지에 따른 대가 운운하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미사일문제에 대한 북한의 속마음이 그러하다면 이번 회담은 어느때보다 북―미간의 현실적 접근이 가능한 자리가 될 수 있다. 회담결과에 기대를 거는 것도 그런 연유가 있어서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은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변함없다. 회담과정에서 수없이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협상용으로 추가하는 북한측의 기본 태도는 몇년 전 미국과의 제네바 회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며칠전 북한이 서해의 북방한계선(NLL)문제를 재론하고 나선 것도 결국은 북―미고위급회담을 겨냥한 또다른 ‘협상카드 만들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베를린에 도착한 김계관(金桂寬)북한 외무성부상은 이번 회담의 성과가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북한의 태도에 먼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이번 회담에서도 회담주제와 상관없는 NLL문제 등을 들고나와 협상의 이(利)를 무리하게 취하려 해서는 안된다. 미사일문제는 핵문제 못지않게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물론 북한 스스로의 운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어떻게 하든 이 기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사안이다.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북―미관계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한반도 주변정세도 한층 안정된 가운데 발전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한미일을 비롯한 우방들간의 외교공조가 더욱 필수적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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