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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3일 0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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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23)의 스윙과 함께 경쾌한 타구음이 들리자 대구구장의 모든 관중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타구는 왼쪽으로 점점 휘어 파울라인을 향해 뻗어갔고 팬들은 ‘제발∼’ 하며 가슴을 졸였다.
그 바람 때문일까. 타구는 좌측 스탠드 페어존에 꽂혔고 이를 확인한 이승엽은 팔을 번쩍 치켜 들었다. 50호 홈런.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새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50홈런은 이승엽이 처음.
삼성이 8―4로 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터진 3점포. 볼카운트는 1스트라이크 2볼이었고 비거리는 105m. 49홈런이후 4경기 17타석 13타수만이었다.
50홈런의 ‘희생양’이 된 투수는 1군에서 프로 첫 등판한 LG 왼손 방동민. 95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방동민은 프로 4년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투수. 아이로니컬하게도 9월1일 엔트리 확대로 1군에 들어온 게 50홈런의 역사를 만든 셈이 됐다.
한시즌 50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8명만이 달성한 대기록. 이승엽은 경기당 0.41개의 페이스를 보여 최종 예상홈런은 54개가 됐다.
삼성은 이승엽의 축포와 함께 LG를 15―4로 크게 꺾어 대구구장에 모인 팬들은 두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수원에선 현대 정민태가 롯데전에서 20승에 도전했으나 5이닝 7안타 2실점한 뒤 6회 갑작스럽게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되는 바람에 같은날 ‘이승엽과의 동반기록’은 무산됐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