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기업 준조세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17분


준조세(quasi―tax)란 원래가 법률적인 용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술적인 용어도 아니다. 세금(tax)이라는 단어앞에 ‘유사한’또는 ‘준(準)하는’이라는 접두어(quasi)를 붙여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내야 하는 각종 부담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같은 준조세에는 사업추진에 따라 당연히 내야 하는 부담금이나 법정기부금 등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분담해야 하는 사회적 기회비용 비슷한 것들이다.

▽연간 기업이 부담하는 준조세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우선 준조세 항목부터가 조사기관마다 다르다. 줄잡아 50여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에 따라 수시로 각종 명목의 헌금과 행사 협찬금 등을 강요받고 있어 준조세의 종류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준조세 규모 역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한국조세연구원 조사결과로는 97년 한해 동안 기업이 지출한 준조세가 무려 12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준조세가 기업에 얼마나 큰 부담인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통계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 94∼97년 599개 상장기업이 지출한 준조세는 8조원으로 같은 기간 경상이익의 35%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개발비와 비교하면 무려 49%를 넘고 있다. 이같은 준조세 부담은 해마다 늘고 있다. 관치위주의 경제운영과 행정편의주의가 빚어낸 당연한 결과다.

▽국민의 정부는 출범 초기 준조세 정비를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준조세 정비는 부처별 정책과제 발굴이나 전시행정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와 지자체는 조세저항을 피하면서 손쉽게 거둘 수 있는 준조세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치헌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정치권의 이중성도 불식된 것이 아니다.〈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