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票' 겨냥한 선심예산 안된다

동아일보 입력 1999-08-08 18:26수정 2009-09-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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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2차 추경예산을 둘러싼 논의도 한창이다. 여기서 재정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을 걱정케 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가 긴축재정을 포기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대세는 재정적자 축소보다 세출확대 쪽에 기울고 있다.

수해복구나 서민층 지원을 위한 예산이 적정수준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는 것은 긴요한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 효용과 나라살림의 중장기적 안정을 냉철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인심 쓰듯이 예산을 운용해서는 안된다. 선심성 예산의 수혜(受惠)가 당장은 사탕일지 몰라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면 결국 다수 국민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직접적 세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물가상승 민간투자위축 국가신인도 저하 등에 따른 경제불안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권이 정말 큰 안목에서 나라살림을 걱정한다면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사업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정치인들이 무분별하게 지역사업을 끼워넣는 행태에도 단호하게 제동을 걸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에 편승한 각 부처의 예산로비에도 휘둘려선 안된다. 그러려면 대통령 국무총리 등 정치 지도자와 예산처 재경부 등 관계부처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거품예산 편성과 혈세 과오용(過誤用)에 대한 시민감시활동의 강화도 요망된다.

현정부 들어 나라살림은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작년에 국내총생산(GDP)의 4.2%인 18조7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국가채무는 97년말 63조원에서 작년말엔 143조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전(前)정부에서 맞은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사태의 여파가 컸지만 그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인기주의에 빠져 세출팽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빚이 빚을 늘리는 재정적자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추세의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일부 관변의 주장은 무책임하다. 이들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적자상황을 들먹이지만 미국이 유례없는 장기간의 저물가 안정성장을 누리는 배경에는 재정지출을 축소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한 정책이 핵심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일본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적자 확대는 오히려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재정위기를 키우는 어리석음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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