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S와 현정권을 위한 길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05분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YS의 정치 재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YS의 정치 재개 결정에는 물론 ‘반(反)독재 투쟁’이라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거기에는 그런 빌미를 제공한 현정권의 책임이 큰 것이 사실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현실을 모두 감안한다하더라도 YS의 정치 재개는 안 된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YS의 정치 재개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 새로운 천년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오늘의 시대정신은 ‘3김식 정치’의 극복과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더이상 지역을 기반으로 한 1인 보스 중심의 비민주적 정당구조도, 반목과 대결 위주의 소모적 정치행태도 원치 않는다.

YS의 정치 재개는 필연적으로 이와 같은 구태(舊態)정치를 연장시키고 재생산할 것이 뻔하다. 이른바 ‘후(後)3김시대’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빚어질 갈등과 혼란, 국가적 손실은 결국 국민의 짐이 될 것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전직 대통령이 정치를 다시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나라와 국민보다는 사리(私利)를 좇는 노욕(老慾)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YS는 자신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 재건에 착수한데 이어 정부에 서울 도심의 개인 사무실을 차려달라고 요구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것인데 과연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이후 2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이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당장 수재민도 구호해야 하고 실업자와 저소득층의 복지대책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반면 정부재정은 이미 빚더미다. 이러한 때에 전직 대통령이 국민 다수가 원치 않는 정치활동을 위해 국민세금으로 개인 사무실을 차릴 수 있다고 보는지, YS는 다시 한번 숙고하기 바란다.

민의(民意)를 두려워해야 하기는 현정권도 마찬가지다. YS는 현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극렬 비난한다. 그러나 현정권은 법치(法治)의 원칙을 무너뜨려가면서까지 김현철씨를 사면하려는 듯하다. YS 개인사무실도 차려줄 모양이다. 이러다보니 현정권과 YS간의 미묘한 함수관계, 즉 야당분열과 후 3김시대 연장이란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래서는 안된다. YS도, 현정권도 현실정치의 이해와 권력욕에 눈이 멀어 나라를 지탱하는 원칙과 정도(正道)를 벗어나고 민의를 외면해선 안된다. 나라와 국민은 물론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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