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생명을 나누는 간 부분이식

  • 입력 1999년 8월 5일 21시 30분


지난 주 맨해튼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에서 올해 50세인 펠리샤 라방카 부인과 그녀의 오빠는 나란히 수술실로 향했다. 암에 걸린 오빠 존 빌라디의 간을 제거하고 대신 라방카 부인의 건강한 간 60%를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의사들의 예상에 따르면 수술 후 두 사람의 간은 간의 독특한 재생능력 덕분에 한달만에 원래 크기로 자랄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이 대담한 수술의 시행 건수는 지난 1년반 동안 미국 전역에서 100건이 채 안된다. 그러나 죽은 사람으로부터 이식할 수 있는 간을 구할 수 없어 죽어가는 환자를 바라보아야 하는 환자의 가족과 의사들에게 이 수술 방법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 새로운 수술 방법의 장점은 우선 이식할 수 있는 간을 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환자의 상태를 보아 가장 좋은 시기에 수술을 할 수 있으며 얼음 상자에 담아 수송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죽은 사람의 간과 달리 기증자의 간을 떼어내는 즉시 이식하기 때문에 간의 상태가 훨씬 양호하다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이 수술 방법이 간 이식 수술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네소타대의 존 레이크 박사는 “이 수술 방법은 앞으로 죽은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기존의 방법과 쌍벽을 이루거나 아니면 수술 건수 면에서 기존의 방법을 오히려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이식 수술에서 간 기증자는 형제 자매, 장성한 자녀, 배우자, 친구 등이었다. 그러나 리치먼드의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에서 실시된 한 수술에서는 46세의 한 남자가 만난 적도 없는 한 여자 환자를 돕기 위해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간 기증자 중 사망하거나 합병증을 일으킨 예는 아직까지 없었다.

7월28일 현재 미국에서 간 이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1만3519명이나 된다. 그러나 지난해에 실시된 간 이식 수술은 4450건에 불과했으며, 97년에는 간 이식 순서를 기다리던 환자 1129명이 사망했다. 또 사망하지는 않았더라도 상태가 너무 악화돼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된 환자도 많았다. 특히 간암 환자의 경우 종양이 너무 커지거나 다른 장기로 퍼져나간 경우에는 이식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이식 수술이 간 기증자에게 지나친 압박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병든 친구나 가족의 요구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은 죽은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 혈관과 담즙관이 간 기증자와 수혜자에게 알맞게 분배되도록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의 진 에드먼드 박사는 이 수술이 보편화돼서 경험이 적은 의사들이 집도 하게 되면 간 기증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의사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60%나 떼어내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까지도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부터 중반에 걸쳐 일본과 홍콩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이식 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미국에서도 이같은 수술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http://www.nytimes.com/libr

ary/national/science/080299h

th―liver―surge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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