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복룡 헐버트기념사업회장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2분


“이번에 비어 있는 묘비 한 가운데에 ‘헐버트박사의 묘’라는 묘비명을 새긴 것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그에 대한 조그만 보답이자 존경의 표시입니다. 사실 우리는 헐버트박사에 대해 너무 무심했었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글씨를 받아 미국인 호머 헐버트(1863∼1949)의 묘비명을 새겨넣은 신복룡(申福龍·57·건국대교수)헐버트기념사업회장. 5월부터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한 끝에 드디어 헐버트와 한국 대통령의 50년전 약속을 실현시켰다.

서울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있는 헐버트의 묘비는 그동안 한 가운데가 비어있었다. 49년 이승만대통령이 묘비명을 써주기로 해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헐버트박사는 구한말 고종의 외교조언자 겸 선교사로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서양에 널리 알렸고 1907년 고종에게 헤이그 만국평화회담 밀사파견을 건의했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당했다. 그는 1949년 한국 방문중 갑자기 사망했다.

신회장은 5일 헐버트 50주기추모식 행사(오전 10시반·양화진묘지)를 하루 앞둔 4일 묘비명을 새겨넣는 마무리 작업을 지켜보며 “전직 대통령의 약속을 현직 대통령이 지키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신회장은 72년 헐버트의 저술 ‘대한제국멸망사’를 번역하면서부터 헐버트에 대한 애정을 가슴에 품어오다 이같은 뜻깊은 사업을 이뤄냈다. 신회장은 “글로써만 그분에게 보답했지만 이번에 묘비명을 새겨넣고 그분의 정신을 기릴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힘써온 기념사업회의 정용호(鄭龍鎬·36)집행위원장의 숨은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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