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갈피 못잡는 新黨창당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2분


여권이 신당창당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도 열흘 이상 지났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민회의 등 여권 핵심인사들의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주장만 무성할 뿐 창당이념과 구체적 일정 방법에 대해서는 도무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이런 여권내의 혼란스러움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일 8월 중앙위원회에서의 당명 개정 및 지도체제개편, 12월 창당대회 개최 등 신당창당의 구체적 일정을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인 3일의 국민회의 고위당직자회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김수석의 발언내용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나는 모르겠다”며 한발 뺐다.

기자들이 “중앙위에서 지도체제를 개편할 수 있느냐”고 재차 묻자 이번에는 최재승(崔在昇)조직위원장이 나서 “개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동채(鄭東采)기조위원장은 “중앙위원회에서 지도체제를 바꾸고 나중에 추인받으면 된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이 “나중에 전당대회에서 추인받으면 된다는 것은 바꿀 수 없다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한화갑총장은 “권한이 위임돼 있기 때문에 당무회의에서도 추인할 수 있다”며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이같은 논란이 또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한화갑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12월 창당대회’는 맞지만 ‘8월 당명 개정’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당지도부는 ‘신당창당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당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듯 “8월 중앙위에서 신당창당 선언 후 신당의 이념과 정강정책 등을 단계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지켜봐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치밀한 준비없이 말만 앞세우며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여권이 만든다는 신당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정말 궁금하다.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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