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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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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상황은 웬만한 시행착오 쯤은 그럭저럭 넘어갈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 불안이 25일의 응급처방으로 상당히 해소됐지만 우리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지도 모르는 ‘대우 뇌관(雷管)’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만기가 돌아온 대우 채권에 대해 종전보다 강도높게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채무가 위기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우리 정부의 해법제시에도 불구하고 28일 ㈜대우의 신용등급을 이미 투자부적격인 B-에서 CCC로 한 단계 더 강등시켰다. 그러면서 “대우그룹의 실패가 잠재적으로 한국 금융기관들의 또다른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우그룹 협력업체들의 자금난도 심각한 지경이다. 대우 계열사들이 발행한 어음을 시중은행들이 할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문제 처리가 계획대로 신속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더 악화돼 대우 계열사들에 대한 물품공급 중단사태가 확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더 꼬여 대우의 원리금상환 연체가 급증하고 금융기관 부실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우선 정부는 경제위기 해소 차원에서 일관성있게 대우 ‘수술’을 이끌어야 한다.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기 위한 지원대책도 차질없이 진행시켜야 한다. 6400여개로 추산되는 대우 협력업체들에 대해서도 원칙과 기준을 정해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우측은 국가경제에 더 큰 짐을 지우지 않겠다면 정부와 채권단의 해법에 사심(私心)없이 협조해야 한다. 대우 위기의 1차적 책임주체가 바로 대우 자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우문제 해결에 지원과 협조를 약속한 금융권과 다른 재벌그룹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한편 정치권은 손톱만큼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대우문제 처리의 혼선만 부채질하는 언행을 삼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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