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령」주연 최민수『나? 영원한 터프가이』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영화배우 최민수(38)만큼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남성 연기자가 있을까. 우리 배우중 드물게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찬사에서 ‘장르에 관계없는 터프가이’라는 비아냥까지.

그의 ‘인기지수’도 상종가와 폭락을 오르내렸다. 95년 SBS ‘모래시계’로 인기의 정점에 올랐지만 이후 출연작들은 번번이 흥행참패. 31일 개봉되는 ‘유령’으로 1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를 만났다.

―특유의 카리스마가 살아났다는 평이 있는 반면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스타일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내가 맡은 부함장 202의 캐릭터가 국수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여서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조국이 강대국에 쉽게 유린당한 과거의 역사에 분노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연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정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른 배역을 맡을 생각은 없었나.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202가 내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상의 나이나 제작사(우노필름)의 의견도 그랬고. 최초 시나리오에서 202의 성격은 80% 가깝게 변했다. 처음에는 선(이찬석·정우성 분)과 악(202)의 이분법적 대결구도였지만 이후 202의 분노에 이유가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모래시계’이후 출연작마다 흥행에 참패했는데….

“글쎄, 매번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관객 수에 연연하지 않고 배우라는 직분에 내 인생을 걸고 연기한다.”

―배우의 직분은 무언가.

“‘무당(巫堂) 끼’랄까. 당연한 말로 들리겠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밥도 제대로 못먹을 정도로 집착한다. 가짜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극중 인물이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

―‘유령’에서 우리 핵잠수함이 일본을 공격한다는 영화의 얼개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제작진과 연기자 모두 가장 고민했던 대목이다. 똑같이 핵잠수함을 소재로 다뤄도 ‘크림슨 타이드’는 핵잠수함이 부지기수인 초강대국 미국 얘기여서 어색하지 않다. ‘유령’은 리얼리티면에서 약점이 있지만 관객들이 ‘영화적 현실’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연기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5개월간 거의 야외촬영없이 경기 남양주시 종합촬영소의 10평 남짓한 세트에서 모든 장면을 찍었다. 같은 공간에서 사건의 전개에 따라 크게 4단계에 걸쳐 변화하는 인물의 내면 연기를 하는 게 좀 힘들었다.”

―개런티는….

“흥행에 연동시키는 러닝 캐런티 없이 1억5000만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나는 엄마 손 잡고 놀이동산 갔다가 길 잃은 아이마냥 당혹스럽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모래시계’에서도 박태수로 2년 살았다. 그러다 다시 2년쯤 지나면 사람들이 태수가 아니라 다시 최민수로 본다. 그러면 오히려 자유롭고 연기하기도 편하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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