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첼로신동 장한나]『가슴으로 켜는 연주할터』

  • 입력 1999년 7월 6일 19시 50분


첼리스트 장한나(16)를 5일 만났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의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보름동안 6개도시 순회 연주회를 마친 바로 다음날이었다. 바쁜 연주일정과 감기에도 불구하고 생기와 활력을 잃지 않은 풋풋한 모습이었다.

―고국에서 처음 지방연주를 가졌는데 연주에 만족하는지?

“어느 때보다 따뜻한 청중의 시선을 느꼈어요. 특히 어린 청중이 많이 와 기뻤습니다. 완벽히 준비했을 때만 무대에 선다는 생각이니까 이번 연주도 후회는 없어요.”

―‘음악 신동이란 없으며 단지 소질이 조금 더 있는 어린이를 과대포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음악에는 머리로 생각해선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가슴으로 느끼는 대로 연주하기 때문에 좋은 연주가 나오는 거죠. 괴테도 ‘커서 알게 될 감정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신동’이라고 했다지요. 테크닉은 열심히 연습하면 익힐 수 있지만 테크닉이 신동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한나양은 신동인가.

“(웃음)그렇다고 생각해요.”

―한나양을 본보기로 삼는 어린 연주자들이 많은데,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에 대한 사랑이 가장 중요해요. 음악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음악적으로 발전하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거고, 음악을 하면서 행복하지도 않을 거니까요.”

―최근 지휘자 로린 마젤도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섰다는데….

“마젤 선생님과는 음악적인 생각이 잘 통해서 협연하기 편해요. 매달 한 번씩은 제게 전화를 하는 등 관심을 쏟아주시죠. 2000년에는 그분이 작곡한 첼로협주곡을 순회 연주할 예정이예요.”

아홉살에 미국으로 갔지만 깍듯한 존칭등 우리말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장한나는 까다로운 질문에도 겸손하고 차분히 답해나갔다.

―학교에서도 우등생이라고 들었는데.

“지난 학기에도 전과목 A를 받았죠. 미술과 체육도 자신있어요. 6학년 때는 학교대표 농구선수도 했구요. 2년뒤 대학에 가야하는데 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내 연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예요.”

―좋아하는 다른 장르의 음악가는 누구인가?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와 소프라노 칼라스죠. 악보연구를 완벽하게 해서 필요없는 가지를 다 쳐내고 완벽하게 감정을 쏟아넣었어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어요.”

―다음번 음반은 어떤 것이 될까?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지휘로 소품집을 10월쯤 녹음할 예정이에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만과 함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음악들을 녹음한다는 얘기도 오가고 있죠.”

장한나는 수원에 있는 외가에서 휴식을 취한 뒤 7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