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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30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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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대부분 정치가나 군인 중에서 나왔다. 영웅주의를 뜻하는 시저리즘이나 보나파르티즘이 전제주의, 군사주의로 함께 쓰이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족적이란 정치나 전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영웅으로는 정치가보다도 스포츠스타 TV탤런트 영화배우 가수가 더 빛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영웅주의 역사철학자가 헤겔이다. 그는 말을 타고 독일에 나타난 나폴레옹에게서 세계정신을 보았다고 했다. ‘마상(馬上)의 세계정신’이란 군인출신 영웅에 대한 찬미였다. 헤겔 이후의 영웅 예찬론자인 영국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은 종교까지도 반대했다. 그는 기독교가 허약하고 죄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영웅사관에 대해 미국의 현대 역사가 시드니 후크는 “오로지 성공만 거둔다면 전제적 행동까지도 성스럽게 찬미될 수 있다는 허구”라며 통렬히 비판했다. 영웅사관은 대중민주주의가 자리잡으면서 녹슨 군함처럼 퇴색했다.
▽지금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는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 예찬도 영웅사관의 소산이다. 60,70년대 우리의 경제성장이 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둔사(遁辭)가 그 핵심이다. 박전대통령의 공적도 긍정적 평가를 할 만한 부분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강의 기적은 자본주의에 의한 번영을 열망했던 한국민의 투지가 일궈낸 역사였다. 어떤 정치가의 리더십도 대중의 피땀보다 더 높이 평가될 수는 없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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