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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30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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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경조사비를 빌려 주겠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은 그대로 놔둔 채 어떻게든 공무원의 반발을 무마해보겠다는 ‘땜질식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정부가 처음부터 제대로 여밀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잘못 꿰나가는 우스운 꼴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빚얻어 잔치하라는 말이냐” “은행에 가도 돈은 꿀 수 있다”는 공무원들의 비아냥 소리는 정부당국이 본질을 제대로 헤아려 대처해 줄 것을 촉구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경조금 수수금지 조항은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 사회와의 형평성과 미풍양속을 법으로 금지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경조금 풍습이 좋든 나쁘든 간에 국민 대다수가 주고 받는 경조금을 공무원만 금지시키는 강제적인 조치는 우선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10대 준수사항’ 발표 이후에도 편법으로 경조금을 받는 공무원들이 목격되고 있다. 총리 훈령 하나로 경조금 수수가 일사불란하게 없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였다. 과거에도 사회관습을 거스르는 강제조치가 성공을 거둔 예는 없다.
세부적인 측면에서도 모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같은 공무원끼리도 과장급 이상은 경조금을 주기만 하고 받을 수 없는 점이 그렇고, 중앙부처의 사무관은 과장급이 아니기 때문에 경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과장급인 사무관은 경조금을 받을 수 없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경조금 수수금지는 공직기강을 위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10대 준수사항’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달초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종합처방을 지시한 이후 불과 9일만에 마련된 것이다. 급하게 제정된 만큼 준수사항 내에 현실과 동떨어진 게 있다면 빨리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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