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美재무장관 첫째자질「무거운 입」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8분


미국 증시 투자격언에 ‘재무부에 대들지 말라(Never stand against the Treasury)’는 것이 있다.

어느 나라든 재무부는 금리 통화 환율 증권 등 금융정책을 총괄한다. 세금 예산 금융 등 주요 경제정책수단을 한 손에 거머쥐고 있는 것이다. 투자에서 손해보지 않으려면 막강한 재무부의 정책의지부터 잘 살피라는 것이 이 격언이 주는 교훈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재무부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재무장관은 나라를 막론하고 언행 하나하나까지 사전에 면밀히 계산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특히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조심한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 재무장관들은 누구나 취임할 때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말한다.

재무부 관료들도 장관의 말과 토씨까지 그대로 반복한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부장관은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명받은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으로부터는 조심성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부터는 애매모호함을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무장관의 교체도 매우 조심스럽다.

루빈 장관은 2년전부터 사임을 생각했지만 세계 경제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실행을 미뤄왔다.

한국의 재무장관처럼 증시에 충격을 주는 언행을 하고 다음날 부랴부랴 취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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