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연예인들 중심 시민운동 참여 활발

  • 입력 1999년 5월 17일 20시 12분


‘탤런트’ 유인촌씨를 아는 사람은 많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연극전용극장 ‘유씨어터’를 창립한 뒤 창립기념극 ‘햄릿 1999’를 공연중인 그의 근황을 아는 이들도 꽤 많다.

그러나 유씨를 ‘환경운동가’로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유씨는 대표적 환경단체인 환경연합(환경운동연합의 새 이름)의 초기 멤버중 한명.

97년부터 올해 초까지 환경연합의 중앙상임집행위원으로 일할 정도의 ‘열성파’다. 환경연합의 지도위원으로 홍보를 주로 담당해온 유씨는 ‘음식물 남기지 않기’ 등 환경연합의 각종 캠페인에도 수십차례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동강 살리기에 동참해달라’는 그의 목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다.

연극인 손숙씨도 올초 이세중(李世中)변호사 등과 함께 2년 임기의 환경연합 공동대표를 맡을 정도의 열성 운동가. 손씨는 여성단체 회원이 중심이 돼 21세기에 대두될 각종 문제를 논의하는 ‘21세기 공동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면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들의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전체 연예인수에 비해 아직 극소수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연예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

연예인 회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시민단체는 환경연합.

유씨와 손씨를 비롯해 명지대교수이기도 한 탤런트 장미희씨와 길용우씨, 독일인 탤런트 이한우씨, 가수 김창완씨 등 연예인 2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참여연대에는 탤런트 김성환씨가 운영위원을 맡아 활동중이며 방송인 김종찬씨도 회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경실련에는 연극인 윤석화씨 등이 92년부터 회원으로 활동중.

또 한국선명회에는 탤런트 김혜자씨와 박상원씨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특히 김씨는 지난해 8월 북한을 방문하고 기아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것을 비롯해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세계의 빈곤국을 찾아다니며 기아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전원주씨 등 연예인 1백여명은 아예 환경보호연예인협회를 구성, 환경연합 등 환경단체와 함께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영화감독 정지영씨와 영화배우 명계남 안성기 문성근 심혜진 추상미씨, 탤런트 김혜수씨, 가수 유열 신효범씨 등이 시민운동의 대의에 공감하는 각종 행사나 이벤트 등에 무료로 출연해 도움을 주고 있다.

연예인 회원들은 지명도 때문에 시민운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97년 10월경 환경연합 회원인 손숙씨와 김승현씨 등이 출연한 회원모집 라디오광고로 환경연합은 월 평균 1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민운동에 대한 연예인들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한 것도 큰 변화다.

참여연대 문화사업국 김미란(金美蘭·29·여)간사는 “예전에는 행사참여를 부탁해도 뜨악한 반응이었는데 요즘은 쉽게 참석을 승낙하거나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다’고 오히려 미안해 한다”고 전했다. 김간사는 “시민운동의 공신력과 신뢰도가 높아진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환경연합 유수훈(柳洙熏·36)조직국장은 “아직 시민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며 “이들의 참여를 ‘곁길로 새는 것’으로 여기는 방송가나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유명 연예인들이 국제적인 NGO활동에 적극 참여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수 밥 딜런, 올리비아 뉴턴 존, 존 덴버와 배우 오드리 헵번 등은 야생동물보호기금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환경 사회복지 인권 관련 단체 등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고 수십년간 봉사한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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