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라의 맛과 멋]서울 종로 홍지동 「석파랑」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34분


서울 종로구 홍지동의 ‘석파랑’(02―395―2500)의 건물은 흥선대원군 집의 사랑채다. 종로구 부암동에 있던 대원군의 사랑채를 철거한 뒤 건축재료를 그대로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윤을 낸 나무 바닥재로 단장한 본관의 홀과 소모임을 위한 별채에 마련된 4∼6인용 테이블은 모두 10개.

저녁메뉴인 코스요리 ‘미(美)정식’(4만원). 보통 한정식의 시작을 장식하는 호박죽 대신 대추죽이 나온다. 은은한 대추향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향(香)에 이어지는 색(色)의 향연. ‘구절판’의 겉피에 들인 쑥물의 색감에 정성이 우러난다. ‘수수전’은 채 썰어 살짝 익힌 호박으로 속재료를 넣어 절편처럼 빚어냈다. 한 입 깨물자 팥빛 속에 숨은 시원스러운 호박의 초록빛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선회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어와 농어는 육질에 힘이 없어 씹는대로 질겅질겅 입안에 감겼다. 고소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식혜는 적당히 발효돼 그릇에 가라 앉는 밥알이 없었다. 동전 크기의 약과는 감질날 듯 배부르지 않고 키위 한 쪽과 어울려 식사를 매끈하게 마무리했다.

▽평가(만점은 ★★★)〓△맛 ★★(정갈하고 품위있는 요리) △가격 ★(상당히 비싼 편) △친절 ★★★(예의 바르고 반듯한 서빙) △분위기 ★★★(상견례 장소로도 제격).

송희라(요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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