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칼럼]리처드슨/ 核보안과 과학교류는 별개

  • 입력 1999년 5월 8일 19시 56분


《중국계 과학자가 미국의 핵관련 연구소에서 핵무기 소형화 기술 등을 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미국에서 핵기술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미 의원들은 핵무기 설계 및 제조기술 등의 비밀보호를 위해 미국의 핵관련 과학자와 세계 ‘요주의 국가’ 과학자들의 접촉이나 협동연구를 일시 중단하거나 외국 과학자들의 미 핵관련 연구소에 대한 접근을 막는 조치를 추진중이다. 미국 내 핵관련 연구소를 관할하는 에너지부 빌 리처드슨 장관은 7일자 뉴욕타임스지에 게재된 기고에서 이같은 의회의 움직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리처드슨 장관의 기고문 요지.》

핵관련 연구소의 보안장치만 확실하게 강화하면 외국 과학자들과의 협력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에너지부 장관이 된 이후 핵기술 보호를 위해 많은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같은 조치에는 주요 ‘요주의’국가에서 오는 방문객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점검이 포함되어 있다.

로스앨러모스, 로렌스 리버모어, 샌디아 등 미국 내 3대 핵관련 연구소에 배치된 방첩요원들 중 상당수는 수십년간 연방수사국(FBI)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연구소 내에서도 중요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필요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의무화해 놓고 있다.

96년 이후 정보보안 관련 예산은 15배나 늘었다. 컴퓨터에 수록된 정보의 보안강화를 위해 나는 3개 핵연구소의 중요 컴퓨터 작동을 일시 중단시키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해 2주일 만에 컴퓨터 보안은 신속히 제자리를 찾았다.

미국 과학자들을 국제 과학계에서 격리 고립시키면 그들이 핵무기 관련 기술 개발과 유지에 필수적인 △컴퓨터 모델링 △금속학 △핵물리학 등의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내용을 따라갈 수 없다. 국제 협력을 중단할 경우 장래성 있고 유능한 젊은 과학자들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미국에서는 다른 국가의 과학자들과 정보를 교류하지 못하고 고립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유능한 과학자들 중 누가 미국으로 오겠는가.

앨버트 아인슈타인, 엔리코 페르미 등은 모두 외국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의 국익에 기여하는 연구활동을 했으며 미국 시민이 됐다.

과학자들의 국제적인 협력과 공동작업을 막으면 미국의 안보이익이 훼손된다.

우리는 과학자들을 러시아에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에 있는 수천t의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 등이 ‘깡패국가’나 테러리스트로부터 도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 전문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부는 러시아 공항에 핵물질 등의 밀반출을 막기 위한 감지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미국은 또 러시아의 핵과학자들을 평화산업에 종사하도록 했다. 이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라크나 다른 ‘깡패국가’에서 핵무기 제조에 나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 핵관련 연구소 연구진은 또 북한에서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을지키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다시 나서지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국 과학자들과의 접촉을 유예할 경우 이같은 작업들이 중단될 수 있다. 우리는 국가적 비밀을 지키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많은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연구소에 대한 강력한 보안조치와 방첩노력으로도 이같은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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