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윤택 창작극 「바보각시…」만원사례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요즘 문예회관소극장(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공연중인 ‘바보각시…’는 평일에도 좌석 1백여석이 모자라 깔개용 돗자리를 준비할 만큼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윤택이 93년 초연한 걸 다시 손 본 작품이다. 세기말의 구원을 제시하는 이 연극이 ‘연극관람의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것인가.

극중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은 세기말, 혼돈의 세상을 뜻한다.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보려는 바보각시의 포장마차에 취객 실직자 사이비교주 파출소장 등이 찾아와 바보각시를 윤간한다. 이들에게 버림받고 자살한 바보각시의 몸에서 구원의 상징인 미륵불이 태어난다는 줄거리.

초연때만해도 직설화법으로 내던지던 사회성 짙은 메시지는 한결 수위가 낮아졌다.

대신 극중 캐릭터를 선명하게 부각시켰고 대중이 빠져들만한 재미있는 연출기법을 가득 집어넣었다.

언더 록그룹 기타리스트 출신 윤종식(교주 역)의 보다 강렬해진 기타사운드, 해설자 역할로 관객과 무대를 잇는 황석정(맹인가수 역)의 절규하는 듯한 피리소리와 보컬, 영화음악가 원일의 음악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이윤택 자신이 “스스로 쓴 연극교과서일만큼 온갖 기법이 총동원됐다”고 할 정도로 원초적 제사양식, 탈춤, 가면놀이 등 쉴새없이 펼쳐지는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포복절도로 화답한다. 공연은 5월3일까지 월∼목 오후7시반 금∼일 4시반 7시반. 02―763―1268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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