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똘똘한 식스맨, 챔프전 승리「열쇠」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프로농구 기아엔터프라이즈와 현대다이냇.

원년 챔피언인 기아 박인규감독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제왕 등극을 눈앞에 둔 현대 신선우감독. 양팀의 색깔은 다르지만 이 두 감독은 지난 플레이오프 4강전부터 인터뷰 때마다 빼놓지 않는 공통의 레퍼토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식스맨들을 풀가동하겠다”는 것.

양팀이 10개 프로구단 중 전력이 최강인만큼 주전들의 기량은 백중세. 그렇다면 식스맨들이 얼마만큼 자기 역할을 해주는가에 따라 승패의 추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는 계산이다.

현대의 식스맨 기용은 이가 잘 맞아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다. 조성원의 외곽이 시원치 않다 싶으면 이상민이 슈팅가드로 돌아서고 조성원 대신 들어온 유도훈이 리딩가드역을 수행한다.

한편으로는 맥도웰과 존스 콤비가 지친 기색을 보이면 김지홍 이지승 김재훈의 ‘체력군단’이 공백을 메운다.

기아는 수비에 주력하는 봉하민과 슈터 정인교가 분위기에 따라 자리를 수시로 바꾼다. 또는 노장센터 김유택을 투입해 제공권 강화에 주력하기도 한다. 강동희가 지쳤을 때는 ‘차세대 간판스타’ 표명일이 나선다.

1, 2차전에서는 현대가 식스맨 가동에서 우세를 보였다. 1, 2차전 모두 5명의 주전 외에 4명씩의 식스맨을 코트에 투입했다. 반면 기아는 주전들의 체력적 약세에도 불구하고 1차전 2명, 2차전 3명만을 투입했다.

식스맨 기용에서 가장 신중해야 할 점은 큰경기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결정적 순간에 저지르는 실책 하나로 경기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 점에서는 정인교 김유택 ‘스타 식스맨’으로 버티는 기아가 한수 위.

지난해부터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불리는 현대 조성원은 10일 1차전 승리의 주역이 된 뒤 “나는 아직도 ‘새가슴’”이라고 말할 정도.

마찬가지로 1차전 기아 주전 포인트가드로 나섰던 표명일도 “코트에 있는 동안 긴장감 때문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결국 양팀의 승패는 식스맨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셈이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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