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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5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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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기업의 부채 축소 노력과 투자 부진에 따른 자금수요 둔화로 은행대출 수요가 일부 중소업종을 제외하고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공급측면에서도 자산분류 기준강화 등 건전성 규제감독의 영향으로 은행들이 쉽사리 대출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 금리 인하속도 조절을
외환위기 이후 민간부문 여신공급이 크게 늘지 않았던 이유는 주로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으로 자기자본 부족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대출을 기피하는 자본경색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으로 자금공급 여건이 크게 개선된 지금에도 금융기능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주로 수요측면의 부진에 기인한다. 실제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의 구축을 토대로 정상적인 자금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은행권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현재의 금리하향 추세는 전세계적인 금리인하 및 디플레이션 압력과 맞물려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는 고금리에 익숙한 예금자나 자산운용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단 저금리는 은행 저축유인을 크게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라는 요인을 감안한다면 실제 명목금리의 하락은 저축의 동기나 자본유출에 결정적 영향을 줄만한 변화로 보기 어렵다. 실제 저금리시대에 주목할 점은 명목금리에서 기대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의 수준이다. 실질금리의 상승은 내수를 위축시키고 실질환율 절상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증시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금리의 인하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들도 자산운용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자금운용 유형이 점차 단기화하며 고금리에 자금을 맡겨둔 예탁자들에게 일정수익을 보장할만한 운용수단이 제한돼 일부 위험한 투기적 부동산 및 증권투자 의존도가 높아지기 쉽다. 기관투자가들의 해외금융시장 진출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전될 수도 있다.
자금수요 측면에서는 저금리가 대출수요를 크게 늘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출자의 자금운용상 효율성, 즉 각종 투명성 관련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수익성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저금리가 쉽게 대출수요의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더욱이 거품이 제거되고 수익성에 바탕을 둔 경영전략이 중시되는 기업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급격한 대출수요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점차 직접금융과 해외금융기관 등을 활용해 다양한 재무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금융세계화」 당겨질듯
결국 저금리시대에는 각종 보호막에 가려졌던 거품적 요소가 개방의 진전으로 사라짐에 따라 생산요소의 국제경쟁력이 바로 수익성을 결정하게 된다.
저금리 환경이야말로 이자소득의 감소와 자산운용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금운용 기법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여건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저금리 환경에서는 각 주체의 위험 선호도에 따라 적절한 금융상품이 개발되고 제공되므로 개인들은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방식에 점차 의존하게 된다.
저금리시대는 금융자유화와 더불어 금융의 범세계화를 앞당기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치밀한 분석을 기초로 자산을 운용해 적정수익률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물론 이들의 수익성 추구전략이 금융제도가 미흡한 개도국에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으나 준비된 국가에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의 대출기능은 약화되고 직접금융이 크게 발달하는 환경이 전개될 것이다. 탈은행화는 전통적 은행 수익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나 다양한 수익원의 창출을 통해 은행들도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기업들은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외형위주의 경쟁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저금리시대는 한국경제의 취약부분이 위기를 통해 그만큼 축소되고 있다는 증거다.
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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