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소녀의 성장영화 「이브의 시선」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기억은 선택되어 간직된다. 어떤 건 지워지고 어떤 건 생생하게 간직된다. 난 열살 때 아빠를 죽였다….』

‘이브의 시선’은 어린 소녀 이브(저니 스몰렛 분)의 시선을 따라 기억 이면의 진실을 탐구하는 영화다.

첫 부분의 “난 열살 때 아빠를 죽였다”는 나레이션은 영화 끝에 가서는 “아빠가 돌아가신 날, 난 열살이었고…”로 바뀐다. 영웅이었던 아빠(사무엘 잭슨)의 환상이 깨어지자 살부(殺父)의 충동에 시달리는 이브. 진짜로 아버지가 죽게 되자 이브는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린 소녀의 믿음에 불과했다.

인생의 어느 한 순간, 혼자 은밀히 키운 사악한 마음이 몹쓸 결과를 초래한 것같아 괴로웠던 경험도 후에 돌이켜보면 결국 누구 탓이랄 수도 없고 돌이키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브의 시선’은 한 어린 소녀가 치러낸 혹독한 성장기를 그린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지난해 미국 흥행에 성공했지만 흑인 여성감독(캐시 레몬즈)에 흑인 배우, 흑인의 문화가 물씬한 배경때문에 국내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의문. 20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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