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광형/대학 겨울방학 없애자

  • 입력 1999년 2월 6일 20시 22분


“우리는 살아 가면서 얼마 만큼 공부하고, 얼마 만큼 놀아야 하는가.”

이는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일본대학에 방문교수로 근무하면서 스스로 물어보는 질문이다. 우리 대학생들은 아직 방학중인데 일본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은 지금 열심히 수업을 받고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선진국선 열흘간 휴가 ▼

각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적 특성에 따라서 독특한 학제와 방학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대학은 지금 방학 중이고 일본의 대학은 수업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우리 대학의 방학이 터무니없이 길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겨울과 여름에 각각 약 두달씩 방학을 해서 일년에 20주의 방학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경쟁국들은 겨울방학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우리보다 훨씬 공부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일년에 약 14주만 방학을 하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대부분 방학이 17주 정도다. 일본 역시 12주정도만 방학기간이다.

이들 선진국들은 모두 겨울방학이 없고 크리스마스와 신년초에 약 열흘간의 휴가가 있을 뿐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가 마찬가지다. 다만 중국만이 겨울방학이 있는데 그것도 우리나라의 대학처럼 두달씩 노는 것이 아니고 약 한달간 쉰다.

이런 자료를 보면 잘못 되어도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선진국을 밤낮없이 열심히 따라가도 될까 말까 하는 처지에 있다. 그런데 남보다 더 많이 놀면서 어떻게 선진국을 따라 잡겠다는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름 방학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데 겨울방학을 추가로 더 즐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 대학의 방학이 긴가를 생각해 보면 두가지 짚이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날씨가 추워서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둘째로는 과거 학생 데모가 많던 시절에 데모를 막기 위하여 방학을 늘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에 데모가 심하면 서둘러 방학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거의 설득력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젠 우리도 교실 난방을 못해 학교문을 열지 못하는 처지는 벗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예전과 같은 혹독한 추위도 없어졌다.

그리고 학생 시위도 많이 줄어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한창 왕성한 젊은이들을 겨울에 두달씩 놀게 할 이유를 찾아 볼 수가 없다.

▼ 새학년 시작시기 조절 ▼

따라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대학의 방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절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방학을 많이 줌으로써 자율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얼마나 이상적이라는 것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이 지금 얼마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있는가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긴 겨울 방학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학생도 있겠지만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처지를 감안할 때 오히려 선진국보다 방학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의 새 학년의 시작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겨울방학이 끝난뒤 1월말이나 2월초 개학하는 초 중 고교의 경우 2월에는 사실상 심도 있는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월말에 다시 봄 방학에 들어가고 명절연휴가 포함되는 때도 있어 학교 현장에서는 진도나 맞추고 학년말 시험이나 보는 자투리 시간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유럽 미국 중국 등은 모두 9월에 새학년을 시작하고 일본은 4월에 시작한다. 신학기 조절에 관한 논의는 여러차례 있었으나 결론 없이 흐지부지 되어왔다. 겨울방학을 조절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보다 더 놀면서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난센스 속에서 공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더 늦기전에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의견 수렴을 통하여 방학과 학기문제를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광형(한국과학기술원 교수·日도쿄공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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