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페리 보고서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10분


내달 미(美)의회에 제출될 예정인 윌리엄 페리 북한정책조정관의 보고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보다 광범위한 포괄적 협상을 진행할 것이나 이 협상이 실패할 경우 북한을 최대한 무시하며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미 의회에서는 ‘한국의 긴급상황’과 ‘가까운 장래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예고하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상황이 아주 민감한 시점이다.

한반도 주변에 다시 긴장분위기가 조성되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아래서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된 우리다. 한반도가 또 긴장분위기에 휩싸인다면 우선 경제가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다. 물론 한반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유발해온 측은 북한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여전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한반도 정세는 우리와 우방의 대처 능력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올 봄 한반도 정세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철저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의 실체가 달라질 것이다.

우방과의 대북(對北) 정책공조는 그래서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대북관계에 관한 한 어느 일방의 정책만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페리 보고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한반도의 독특한 사정이나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문제를 세계 전략적인 차원에서 보고 해결하려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무의식중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치중한 보고서를 낼 수도 있다. 그런 보고서라면 한미(韓美) 공조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한반도 주변의 모든 우방이 공감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 원칙과 방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 제2, 제3의 핵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려면 현재의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정부 고위당국자도 페리조정관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고 동의도 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 국내에는 한반도 긴장설과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보도된 내용처럼 페리보고서에 따른 포괄적 대북협상이 성공한다면 한반도에는 새로운 평화구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과거처럼 의도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벼랑끝 전략으로 상황을 악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올 봄은 북한에도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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