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실버타운서 살아보니…]『무엇보다 마음편해』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말동무도 많고 마음 편해요. 죽을때까지 여기서 살거예요.”

올해 여든일곱인 정증순(鄭曾順)할머니. 새벽잠이 없어 눈을 뜨면 새벽 서너시. 8.5평짜리 독방을 쓸고 닦고 성경책을 읽는다. 6시에 TV를 조금 보다 옆방 친구들과 가벼운 운동을 나간다. 유료 양로원인 이곳 유당마을(사회복지법인·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서 지낸게 벌써 9년째다.

“아들 내외하고 같이 살다 독립시켜 내보낸 뒤 한동안 혼자 살았는데 그땐 시장도 보기 싫고 밥도 챙겨먹기 귀찮아 빼빼 말랐었어요. 여기오니 삼시세끼 다 먹게 되고 좋아요.”

약국을 하던 남편과 사별한게 벌써 40여년전. 자녀들을 출가시킨 뒤 남편이 남겨준 작은 집을 팔아 이곳에 입주했다. 양로원이 마련한 다양한 취미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양로원 버스로 시내 은행에 마실 가고 성당가고….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곳 생활이 마음 편하단다.

“난 평생 살림 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내 전공이 빨래거든요. 그러다 여기와서 종이접기도 배우고 요즘은 게이트볼도 잘 쳐요. 참 노래도 배웠지.” 할머니가 즉석에서 뽑아내는 노랫가락이 구성지다.

“충∼신은 만조∼정의요, 효자는∼. 잠깐 내 틀니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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