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빌리지]윤상삼/日 『몰개성 교육 그만』

  • 입력 1999년 1월 24일 19시 03분


일본 TV프로그램중 20년 가까이 어린이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온 ‘도라에몬’이라는 만화영화가 있다.

머리에 붙어 있는 ‘다케콥터(대나무 프로펠러)’를 돌려 하늘을 나는 이 만화영화의 주인공 꼬마가 대학입시에 등장했다.

지바(千葉)대는 최근 17세 고교생의 입학을 허가하는 ‘월반 시험’에 “도라에몬 다케콥터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가능(불가능)하다면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라”는 문제를 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그 파격성에 입이 벌어졌다.

명문교 진학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입시지옥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초등학교때부터 명문 사립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족집게 주쿠(塾·사설학원 과외)’를 받는 경우가 흔하고 ‘치맛바람’도 뜨겁다.

명문대 진학을 목표하는 학생들은 일류 사립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대부분 시험을 치른다. 교육내용이나 질에서 사립과 공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일반 공립학교의 경우 공부보다 훌륭한 시민양성에 더 무게를 둬 집단 평등교육에 치중한다.

그러나 “이같은 몰개성의 교육은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다”며 총체적 교육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쓸모없는 영어만 주입시키게 되는 영어시험을 대학입시에서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에사키 레오나(江崎玲於奈) 쓰쿠바(筑波)대학장은 최근 “전 국민이 라디오 음악에 맞춰 열심히 체조를 하는 것과 스포츠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다르다. 평등주의 연습만으로는 훌륭한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과감하게 ‘이단아’를 길러야 21세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 말에 많은 일본국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윤상삼<도쿄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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