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방형남/의원의무 지킨 美공화당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19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한 미 하원 본회의장 의장석에는 두 사람이 앉았다. 상하원 합동행사이기 때문에 상원의장인 앨 고어 부통령(민주)과 하원의장인 데니스 해스터트(공화)가 모두 의장석에 자리한 것.

이날 TV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클린턴 뒤쪽에 위치한 두 사람의 모습을 시종 지켜볼 수 있었다. 고어는 해스터트보다 훨씬 자주 일어서서 같은 당 소속인 클린턴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해스터트도 몇번 기립박수를 보내기는 했으나 냉정하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두 사람의 반응은 의석에 앉아 있는 민주 공화 양당 의원의 엇갈린 반응을 그대로 반영했다.

클린턴의 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보인 반응에 대한 평가는 미국 유권자들이 내릴 것이다. 외국의 제삼자가 소속 정당 대통령의 연설을 열광적으로 받아들인 민주당이 옳은지, 외면하려고 애쓴 공화당이 옳은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상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별한 상황’에서도 연두교서를 경청하기 위해 의사당에 나온 미국의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모습이 의연해보였다는 점만은 지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은 클린턴대통령이 연두교서를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것이 뻔한데도 헌법에 규정된 절차이기 때문에 존중했다. 그들은 탄핵재판은 재판대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는 발표대로 진행했다. 이유는 그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이며 그래야 국정이 진행되니까.

갈릴레오의 말을 빌리면 미국 국회의원들은 “(여야가 싸우더라도) 그래도 국회는 돌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량들이다. 걸핏하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미국의 연두교서 발표를 어떤 생각을 하며 지켜봤을지 궁금하다.

방형남〈국제부차장〉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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