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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3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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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雪)에 눈(眼)을 다쳤다.
그래도 좋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눈밭. 한라의 산경은 이미 희디 흰 눈에 덮여 순백의 설산으로 모습을 바꿨다.
키 작은 관목의 가지에는 하얀 눈꽃이 피었다. 행여 그 꽃을 망가뜨릴까보아 조심조심 옮기는 걸음마다 사박사박 눈 밟히는 소리. 파란 하늘, 잉크빛 바다, 그리고 흰 눈과 어울려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들린다. 하늘 아래 아름다움이 어디 이뿐이겠냐만은 오늘 이 한라의 설경은 대나무 잎에 맺힌 아침 이슬로 우려낸 죽로(竹露) 차 한잔의 그윽함을 넘어선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삼다(三多)의 제주. 한겨울 제주에서는 또 다른 세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날카로운 수평선에 눈 베이고 순백의 눈에 그 눈이 멀고 넉넉한 한라의 자태에 마음까지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눈과 마음 모두를 제주에 내 맡긴 것을.
한 겨울 눈에 덮인 한라산은 짧은 경탄을 내뱉게 한다. 어느 산, 어느 계곡이던 한겨울 눈 덮임은 일상의 일. 그럼에도 한라산 설경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수선스러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연민(憐憫)이다. 어느 시인은 ‘섬은 그 자체가 그리움’이라 했다. 반도의 끝, 바다로 뚝 떨어져 나간 섬에서 풍겨나는 그리움, 그것이다.
그 제주에서 한라산 눈꽃축제가 열린다. 기간은 23∼30일(9일간). 어리목이 중심이지만 행사는 제주도 전역에서 펼쳐진다. 휴식년에 들어간 한라산도 눈꽃 피는 1, 2월에는 정상까지 등반이 허용된다.
올 행사는 지난해와 달리 제주사람들로 구성된 ‘제주축제문화연구원’이 직접 기획,제주의 풍물을 좀 더 알차게 즐길수 있다. 축제문화연구원의 부소영 홍보실장은 “종래 다른 지방에서 보아왔던 지방축제와는 그 격과 규모, 내용이 전혀 다른 알차고 짜임새 있는 축제마당으로 준비했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눈꽃축제 행사장은 어리목의 ‘동화의 나라’와 도깨비도로의 ‘환희의 나라’ 두 곳. 동화의 나라에서는 어린이와 가족들이 즐길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새끼돼지몰이 마술쇼 눈길미로탈출 크레용벽화 등)가 열린다.‘환희의 나라’에서는 눈싸움, 눈썰매, 조랑말썰매, 눈사람만들기, 얼음볼 볼링, 연날리기 등 체험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윗세오름에서는 눈조각 경연대회도 펼쳐진다. 어리목에서는 눈길트레킹을 수시로 떠나며 한라산 설산등반도 매일 있다. 한라산 등반은 오전9시 이전에 입산해야 가능하다.
펭귄수영대회도 중문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전통대나무 스키경주와 조랑말썰매, 이색썰매경주도 도립목장 썰매장에서 펼쳐진다.
★축제행사 안내★
▷제주축제문화연구원 064―744―1064, 2880 ▷제주도청관광진흥과064―740―1180
★테마트레킹★
‘어승생오름 현장체험’이 축제 기간중 펼쳐진다.
‘오름’이란 기생화산 분화구 흔적.제주의 수많은 오름중 어리목 북쪽의 어승생 오름(표고 1천1백69m)이 으뜸이다. 가장 크며 거기서 보는 한라산 설경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어리목에서 40분 내지 한시간이면 오를수 있다.
산행코스는 어린이와 노인들도 오를만큼 평이하다. 트레킹중 일제가 도민들을 강제동원해 만든 지하진지와 토치카도 답사한다.
▽참가 접수〓제주 4·3연구소 064―756―4325, 725―0202. 행사장에서도 받는다.
★교통안내★
개막제는 23일 오전 11시에 동화, 환희의 나라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주행사장인 어리목 ‘동화의 나라’까지는 제주시(제주농고)와 서귀포시(탐라대)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제주농고에서는 오전 7시반부터 15분 간격, 탐라대에서는 오전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 공항∼제주농고는 택시로 10분 거리다.
★여행상품★
서울에서 출발하는 눈꽃축제 여행상품은 다음과 같다.
▽고산자답사회〓1박2일. 26, 29일 오후4시 출발. 눈꽃축제 참가후 아부오름 트레킹, 자연사박물관, 삼성혈을 관광하는 코스. 어른 16만9천원, 어린이 14만9천원. 한배달 여지학회 이홍환회장이 안내한다. 02―732―5550
▽동부관광〓1박2일. 어른 14만9천원, 어린이(86년이후 출생) 11만9천원. 02―754―6044
▽㈜투어시스템 코리아〓1일(9만5천원) 2박3일(12만9천원). 02―817―9231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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