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테러범 잡는 액션물 「비상계엄」

  • 입력 1999년 1월 8일 18시 40분


냉전이 끝난뒤, 할리우드 영화에서 늘 미국의 적이었던 소련을 대신한 새로운 악당으로 아랍이 등장한다. 기독교문화권과 아랍문화권, 할리우드판 ‘문명의 충돌’인가.

9일 개봉하는 ‘비상계엄’에서 이 새로운 악당들은 변두리도, 제3국도 아닌 미국의 중심부 뉴욕에 폭탄을 터뜨린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아랍인들이 영화상영 반대시위를 하는 바람에 곤경을 치렀다는 후문. 그러나 ‘비상계엄’이 아랍인들의 무자비함을 성토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테러 자체보다 테러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 방식인지를, 감독인 에드워드 즈윅의 표현을 빌리자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잇딴 테러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뉴욕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주둔시킨다. 과대망상에 빠진 장군(브루스 윌리스 분)은 테러범 색출의 명목으로 젊은 아랍 남자들을 모두 체포해 임시 수용소에 격리 수용하고…. 장군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인권을 짓밟는 행태에 저항하며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FBI요원(덴젤 워싱턴)과 CIA 여자요원(아네트 베닝)의 분투를 그렸다. 그렇다고 인권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정치영화로 보긴 어렵다. 정치 사회적 이슈를 양념으로 한, 평범한 오락영화.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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