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상찮은 勞使政 갈등

동아일보 입력 1999-01-04 19:59수정 2009-09-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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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노동계 동향이 심상찮다. 한국노총은 국민회의와의 ‘정책연합’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주노총은 노사정위(勞使政委) 탈퇴도 불사한다는 강경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가 어렵사리 합의한 주요사항들이 물거품이 되고 5대그룹 빅딜에 따른 정리해고마저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기업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경제회생의 기반을 확실히 다져나가야 할 시점에 참으로 우려되는 사태발전이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데는 여러가지 이유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가입 허용이나 교원노조 법제화 등의 노사정 합의사항들이 정부 부처간의 의견차이 및 야당의 심의 지연으로 입법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5대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의 공포다. 셋째, 양대 노총의 주도권 다툼이 강경투쟁 방침으로의 선회를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어떤 경우에도 제1기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사회적 협약이 파기되고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있지만 원칙으로 돌아가면 풀지 못할 과제란 있을 수 없다.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나 실업자 초기업단위 노동조합 가입허용 문제만 해도 이미 공론화과정을 거쳤다.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었다. 남은 문제는 공론의 법제화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일부 계층의 반발일 뿐이다. 그러나 공론의 법제화가 무산될 경우 갈등과 혼란은 더욱 클 것이다. 더구나 노사정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정권의 개혁성과 신뢰성이 상처를 입게 되고 노동계에는 강경투쟁의 구실을 주게 된다. 정부가 입안하고 관련상임위까지 통과한 입법안을 놓고 지금과 같은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줄다리기를 계속해서는 안된다.

5대그룹의 빅딜에 따른 고용조정 또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량실업의 안타까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일방적인 고용승계를 주장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또 대량실업을 감수하더라도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일정한 합의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노동계는 고용보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노사협력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회생 노력에 동참해야 옳을 것이다.

양대 노총의 주도권 다툼을 위한 선명성 경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것이 한낱 기우이기를 바란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업문제를 조기에 극복하려는 정부 기업 근로자 등 각 경제주체들의 실업극복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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