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43]프로스포츠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프로스포츠의 관중은 스타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겁니다. 관중이 짜증을 내든 말든 악착같이 싸워 이기는 게 프로에서는 미덕이 아닙니다. 감독은 당장의 승패를 떠나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작전을 짜야 합니다. 스타가 없으면 관중도 없으니까요.”(최종규·崔鍾圭 한국농구연맹 심판위원장)

스타가 있어야 관중이 몰리고 돈을 벌 수 있다. 30년대 뉴욕 양키스의 베이브 루스로부터 요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까지, 50년대 보스턴 셀틱스의 빌 러셀로부터 90년대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까지. 미국 프로스포츠가 스타만들기를 통해 관중에게 접근해 온 것은 그것이 공익사업이 아니라 냉엄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95년 5백40만여명에 달하던 우리나라 프로야구 관객이 올해 절반수준인 2백60만여명으로 준 것은 무엇보다 선동열 이종범 같은 진정한 스타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이죠. 진정한 프로스포츠 감독이라면 감독이 구단에 돈을 벌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타를 만들어내고 스타를 통해 경기를 펼치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장원구·張元具 스포츠저술가)

돈을 벌어야 살아남는 미국 프로스포츠세계의 마케팅전략은 스타만들기뿐만 아니라 팬서비스에서도 잘 나타난다.

새미 소사가 속해있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시카고컵스. 올해 비니베이비라는 인형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여 성공을 거뒀다.

“시카고컵스는 맥도널드사가 만들어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던 이 인형시리즈를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어린이들이 매번 새로운 인형을 얻기 위해 부모의 손을 끌고 경기장으로 향했고 시카고컵스의 관객은 작년시즌보다 30%나 늘었습니다.”(김종·金鍾 수원대 체육학과 교수)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 관객수는 한 경기당 5천2백명, 일본은 2만5천명 수준. 인구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3배정도 많은데 관객수는 우리나라의 5배이상이다. 일본 프로야구가 과거와 같은 스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주로 팬서비스에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인기가 뒤지는 편인 야쿠르트 스왈로즈는 팬서비스를 강화해 관중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여성의 날을 정해 여성관객 모두에게 야쿠르트의 로고가 새겨진 스카프를 선물로 주기도 합니다. 매시합 관객중 한 사람을 뽑아 시구 기회를 주고 일본 최고의 포수라는 후루다 아쓰야(古田敦也)에게 공을 받도록 합니다. 또 그 장면 사진을 선물해 큰 호응을 얻었답니다.”(조희준·趙熙俊 한국야구위원회 과장)

미국월드시리즈가처음열린 것은 1905년. 우리나라보다 무려 77년이 앞선다. NBA는 46년에 첫 경기를 열었다. 역사가 오랜 미국 프로스포츠는 단순한 레저의 공간에서 비즈니스의 공간으로 발전하는 등 생활의 일부분으로 정착했다.

“미국 경기장엔 슈트박스(suite box)란 곳이 있어요. 경기장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소파에 앉아 음식과 술을 들면서 비즈니스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호화좌석이지요. 좌석값이 워낙 비싸 큰 기업이 고객접대를 위해 예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의 비즈니스맨들은 우리와는 달리 술집이 아닌 경기장을 찾아 사업얘기를 나눕니다.”(최종규위원장)

경기장시설에서도 미국과 우리나라는 많은 차이가 난다. 미국 경기장은 관중이 최대한 접근해 코앞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스포츠광 김인중(金仁中)씨의 설명.

“미국 야구장에선 외야 파울라인 밖으로 공이 흐르면 관객이 펜스 너머로 몸을 숙여 공을 잡는 일이 흔합니다. 농구코트에서는 아웃라인과 1∼2m 떨어져있는 관중석에 선수들이 덮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우리나라는 부천체육관의 농구코트,포항과 광양의 축구구장이 이런 수준에 비교적 접근해 있을 뿐이다. 서울 잠실구장은 야구전용인데도 관객의 흥미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지어졌고 시설개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도시는 프로구단 유치에 열을 올린다. 시민의 지지와 경제적 이익을 얻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란 야구단이 창단 첫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습니다. 이들은 작년 홈구장을 건설하면서 구단유치를 원하는 도시간에 치열한 경쟁을 부쳐 애리조나주 휘닉스시를 본거지로 선택했지요. 구단은 건설비의 90%를 시에서 지원받아 뱅크원스타디움이라는 최고시설의 돔구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박기철·朴基喆 한국야구위원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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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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