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노트]고미석/『시간이 없어서…』

  • 입력 1998년 12월 25일 20시 00분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하죠.” “미안합니다. 같이 하고는 싶지만 요즘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요.” 사람들사이에 흔히 오가는 대화의 한 토막. 하지만 세계적 경영컨설팅회사인 프랭클린 코비사의 최고경영자 하이럼 스미스는 “시간이 없다고 얘기할 때 이는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진심은 ‘같이 저녁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라는 뜻. 다 아는 얘기지만 결국 시간관리란 우리에게 소중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셈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되새겨보게 된다. 연말연시라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면 늘 어떻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지도 모르고 살게 마련. 올해부터는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쁘다’는 핑계로 늙으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건성건성 넘기거나 아이와 차분히 속마음을 나누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일. 그들이 내게 정말 소중한 이유를 짧은 엽서에라도 담아보내면 어떨까.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10분 정도 자투리시간이 날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또 살아가고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힌 사람들과 전화 통화라도 해서 앙금을 떨어내기.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이 나를 그리워하게 함이 있을지언정 남이 나를 유감으로 여기게 해서는 안된다’는 선인의 말을 생각하면서.

시간이 없어서 마음은 있지만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고 산다는 말은 이제 하지 말자. 우리는 그게 ‘거짓’임을 안다. 진정 내 삶에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은 바빠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우리가 어리석거나 무지해서 그런 것일뿐. 자, 그렇다면 올해가 가기 전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시작해보는 거다. 지금 당장!

고미석(기획팀)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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