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 못볼 꽃제비 참상

  • 입력 1998년 12월 21일 19시 24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이었다. KBS가 지난 일요일 밤 방영한 북한 꽃제비 실상은 어린이들을 그토록 방치한 북한 당국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게 했다. TV로부터 눈을 돌려버린 시청자도 많았다고 한다. 한 탈북자가 북한에 재잠입해 ‘장마당 아이’들을 몰래 촬영한 이 프로는 우리에게 너무도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북한의 아이들(꽃제비)이 그처럼 생생하게 우리의 안방까지 찾아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꾸밈없는 북한의 현실이어서 충격과 분노는 더욱 컸다. 장마당 진흙바닥에 버려진 음식찌꺼기로 허기를 채우려는 처참한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이 아이들이 우리의 핏줄입니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했다. 깡마른 그 아이들이 맨발과 알몸에 걸친 때에 전 보자기 한장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과연 몇명이나 견뎌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금 북한의 어린 한 세대가 통째로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는 얘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꽃제비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굶주림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적 구호나 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생존권은 인간의 기본 권리다. 그것도 가장 따뜻하게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을 비극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책임은 두 말할 것 없이 북한 당국이 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을 개발하고 지하시설을 구축하고 외국에서 원조한 식량마저 군사비로 전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가용 자원은 다 동원해 대남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이다.

북한이 스스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내년에도 북한의 식량부족량은 1백5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것도 1인당 1일 평균 배급량 7백g을 6백g으로 줄여 배급했을 때의 수치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군비에 사용하는 예산을 민생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 군비의 3%만 감축해도 식량난이 해결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동시에 과감하게 개방의 길로 나와야 한다. 고립과 폐쇄로는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렵다. 주민을 살리는 것은 정권의 자존심이나 체통 이전의 문제다.

우리도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당국간 접촉을 피하려는 북한측 태도 때문에 정부차원의 식량지원을 거론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끊임없는 간첩선 도발로 북한을 보는 국민의 시선도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겨울을 나야 할 북녘 꽃제비들에게 쌀 한톨, 옷 한벌이라도 보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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