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해주/규제개혁 성공하려면…

  • 입력 1998년 12월 14일 19시 12분


정부는 현존하는 약1만1천여건의 규제 중 절반에 가까운 5천40여건의 규제를 폐지하고 2천4백여건을 개선하는 규제개혁안을 확정짓고 법령개정 등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과거 정부 5년간 총 규제정비 실적이 3천여건에 불과하고 금년도 일본정부가 6백여건의 규제를 개선키로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획기적인 조치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규제의 절반을 철폐한다는 것은 정부가 가진 권한을 축소하여 민간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그만큼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출범 첫해에 규제의 절반을 줄이는 이러한 조치는 향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데 좋은 이정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 부작용 보완대책 필요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부주도형 경제개발과 권위주의 통치시대를 겪어오면서 가히 규제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규제를 양산해왔다. 각종 진입장벽과 가격통제 등을 통해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해왔고 모호하고 불투명한 규제의 양산은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왔다. 또한 무엇이든지 규제를 통하여 행정목적을 달성하려는 규제만능주의는 국민생활에 많은 불편을 끼쳐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많은 외국인으로부터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로 지칭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국가경쟁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국가를 달성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규제개혁은 기득권자의 반발, 관료들의 거부, 정책과 규제의 명확한 한계가 모호하고 철폐에 따른 부작용 우려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금번 규제개혁이 그나마 이만큼의 성과를 거둔 것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각 부처 장관을 위시한 공직자들의 자기 살을 도려내는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금번 규제개혁 작업은 종전과 다른 추진전략을 구사한 것도 주효했다고 본다. 전 부처의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전면심사하는 일괄정비방식과 사전에 규제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목표관리제를 채택했고 민관합동의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산하에 많은 민간전문가와 연구기관을 두어 피규제자 입장에서 핵심과제를 발굴심사하는 체제를 갖추었던 것이다.

올 정기국회에서 규제개혁 관련법안들이 통과되고 후속 하위법령이 마련되는 내년초부터 국민은 규제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으로 본다.

외국인투자 개방, 공장설립절차 간소화, 각종 영업 진입제한 완화, 벤처기업설립 활성화, 기업의 준조세 폐지 등 많은 경제관련 규제가 철폐된다.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어 왔던 가정의례법, 운전면허 정기적성검사, 의료보험환자의 진료지역 제한, 여권분실, 예비군 편성 등 각종 신고의무 등도 폐지 또는 개선된다. 또한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었던 건축물 용도변경 허가제가 폐지되고 건축허가기준이 투명화되며 공중위생업에 대한 영업규제 완화, 소방검사 개선 등도 이루어진다. 그동안 규제개혁의 ‘성역’으로 미루어져왔던 심야영업 제한폐지, 법정의무 고용제도 철폐, 사업자단체에 대한 개혁 등도 단행된다. 일부에서 염려하는 건수 위주의 실속없는 규제개혁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한건의 규제라도 실효성 없고 국민부담을 주는 규제라면 이는 정비해야 하며 이러한 건수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내년에는 금년의 규제폐지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조례 규칙 등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를 집중 정비하고 규제철폐에 따른 보완대책을 마련하여 일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다.

▼ 민간 자율의식 갖출때 ▼

또한 선진국 벤치마킹제도를 도입하여 규제의 질을 높여 나가고 특히 신설 강화되는 규제를 엄격히 심사하여 최대한 억제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규제개혁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정부의 규제철폐로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민간의 자율의식이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사실 정부가 이처럼 규제를 없앨 수 있었던 것도 우리 국민의 성숙된 자율의식을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시와 규제 위주의 행정에서 지원하고 서비스하는 행정으로 일선공무원의 관행과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규제개혁의 성과를 국민이 실감하게 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해 나간다면 금번의 규제개혁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생활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좋은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정해주(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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