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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14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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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한나가 학교에 가기도 전에 출근했어. 퇴근해서도 일만 했지. 한나가 말을 걸려고 하면, 아빠는 “나중에, 지금 아빠는 바빠. 내일 얘기하자”고 말했어.
하지만 그 다음날에도 아빠는 너무 바빴어. 아빠는 “지금은 안 돼. 토요일 날 어때?” 하곤 했지. 하지만 주말이 되자 아빠는 너무 지쳤어. 아빠와 한나는 아무것도 함께할 수 없었어….
영국 작가 앤터니 브라운의 그림동화 ‘고릴라’(비룡소).
늘상 바쁘기만 한 아빠와, 아빠와 하고싶은 말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은 아이를 통해 오늘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꿈 속에서 고릴라와 함께 동물원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춤도 추는 한나. 꿈 속의 고릴라는 한나가 정말 원하는 아빠의 모습일지 모른다.
왜 어른들은 모를까. 엄마 아빠와 친구도 되고싶고, 속마음도 털어놓고 싶고, 그래서 더욱 더 가까와지고 싶은 아이들의 간절한 바램을.
초현실주의와 극사실주의라는 현대적 회화 기법이 한데 어우러져 현실보다 더 생생한 환상의 세계를 빚어낸다.
아이들은 ‘그림의 사냥꾼’이라고 했던가. 일러스트레이션은 한 장면 한 장면 놓치는 법이 없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보고 또 보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없이 자극한다. 영국의 저명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작. 문학평론가 장은수씨의 우리 ‘입말’ 번역이 깔끔하다. 7,000원.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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